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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다름 코치 Nov 19. 2021

하나라도 잘 하자

오랜만에 오늘 점심은 집 근처 새로 생긴 식당에 다녀왔다. 

엄밀히 말하면 새로 생긴 식당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삼계탕 식당이 20첩 반상 한정식 식당으로 바뀐 곳이었다. 코로나 이전에 생겼던 삼계탕 식당은 나름 '들깨 삼계탕' 메뉴 한 가지만 팔았는데 맛이 괜찮아 종종 가던 식당이었다.


그런데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고, 불과 몇 개월 전 갔을 때에는 불까지 꺼져있어 영업을 안 하는 줄 알았다가 식사 가능하다는 말에 삼계탕을 먹고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 식당에서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 날은 그날이 마지막이 되었다.



삼계탕 식당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20첩 반상 한정식으로 메뉴가 바뀌었다고 하니 궁금한 마음으로 향했다. 가기 전 지역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니 평이 괜찮아 더 기대됐다.

함께 갔던 남편과 아이에게도 여기 맛집이라며 카페 후기글도 보여주고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지 5분 만에 반찬들이 나왔다.

처음 음식들을 봤을 땐 일단 20첩 반상답게 다양한 반찬들만 봐도 설렜다.

남편과 아이는 아침식사까지 거른 탓에 사진 찍겠다고 기다리는 시간도 힘들어할 만큼 기대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반찬들을 한 가지 한 가지 먹어볼수록 '와~이거 맛있다' 라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아는 맛'이었다.

밥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어느 한 가지 이 반찬 정말 맛있다~!라고 느껴지는 반찬이 없었다.

오히려 배는 부른데 무언가 허전하고... 아쉽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중학생인 첫째 아이가 식사를 하고 나오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사실 엄마가 해주는 반찬이 더 맛있어~차라리 예전 삼계탕이 훨씬 맛있었던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문득 지금 이 식당의 상황이 요즘의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하게 무언가를 해보며 애쓰고 있지만 뭐하나 뾰족하게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SNS도 인스타, 블로그, 유튜브, 오픈 채팅방, 그리고 브런치까지 다~~ 하고는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생각만 많아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이제 시작한 지 몇 개월 안된 것을 또 이것저것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작년 이맘때부터 시작한 나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 돌아봤다.


책 쓰기를 시작으로 MKYU 수업 듣기, 1인 기업 강의 듣기 외에 소소하게 많은 것을 인풋 했고, 아웃풋을 위해 두 번째 책 초고 쓰기, 독서모임, 아티스트 웨이 프로젝트, 디지털 튜터, 거기에 책 홍보를 위한 저자 특강을 하고 있다.

무언가 많은 것을 하고 있지만 오늘 경험한 20첩 반상 식당처럼 맛있는 한 가지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 덕분에 올해가 정리가 되었고, 내년이 확실해졌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다 시간 보내지 말고, 한 가지에 일단 집중하기.

그것도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룰 때까지 꾸준히 해보기.



오늘 맛으로는 많이 아쉬웠던 20첩 반상 식당이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올해를 돌아봤고, 내년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오늘의 경험이...

이제 나는 내년의 키워드가 정해졌다.

일단, 한 가지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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