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집은 구두가게를 했었는데 가게에만 작은 브라운관 티비가 있었다 평일 오후 다섯 시면만화를 틀어줬기에 다섯 시 되기 전 후다닥 가게로 뛰어갔다 ii 티비 앞 작고 동그란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고바리안, 우주보안관 장고, 킹라이온 등 한 시간은 뭐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갔고 여섯 시 내 고향 시작과 함께 일어났었다 iii 그 만화들이 전부 일본 만화라는 걸 알고 일본 만화에 대한 동경심이 싹틀 무렵에 옛날 옛적에, 달려라 하니, 머털도사 같은 우리나라 만화들도 틀어주기 시작했다 iv 일본 만화처럼 화려한 영상은 아니지만 만화에 굶주린 나를 붙잡기에 충분했고 머털도사 한 장면은 지금껏 각인되었다 누덕도사가 머털이를 훈련시키던 장면 v 낭떠러지 길을 보여주며 걷도록 시키자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가지를 못했는데 잔디밭 위 길을 보여주며 가보라고 하자 안심하면서 길 위를 겅충겅충 뛰는 거다 vi 누덕도사가 머털이에게 알려준 교훈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마음먹을 수 있을지 불과 얼마 전까지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vii 내가 서 있는데 필요한 땅은 한 평이지만 그 주변의 땅이 없다면 서 있을 수 없다고 필요 없어 보여도 사실은 꼭 필요하다는 김기석 목사님 말씀으로 고민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