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정거장
아님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으셨을까?
지난주부터 징검다리로 등장했던 휴일
야근과 나들이를 반복하니 진이 빠져서
다섯 시 십칠 분, 겨우 눈 뜨고 이불을 찼다
늦었는데 머리 스타일까지 애를 먹인다
일 분이라도 더 빨리 오는 버스를 타려고
카카오맵을 검색해 이쪽 정류소로 갔다
이른 시간이지만 나 포함 세 명이 있었고
버스가 서자 한 분 두 분 다음 내 차례였다
차에 오르시는 속도가 더뎌서 앞을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끌며 가고 계셨다
천천히 가시라고 나는 약간 뒤늦게 탔고
기둥을 붙잡고 서계신 할머니 옆에 섰다
옆에서 보니 키가 백이십 정도나 되실까
행색이 초라하셨고 한쪽 눈이 감기셨다
노약자석엔 중년의 남자 한 분 여자 한 분
노약자석이 두 자리 밖에 없는 버스였다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여쭈어 보았다
"롯데백화점.. 버스를 이상하게 만들었어."
"이거 휠체어 때문에 그래요." "아, 장애인들"
내심 자리에 앉았으면 하시는 뉘앙스다
노약자석을 쳐다보면 그 남자분도 힐끔
자리 좀 양보해 주시라고 얘길 할까 말까
쓱 보면 남자분은 힐끔 여자분은 모르쇠
세 정거장이 지나자 남자분이 일어선다
"할머니 천천히 가셔서 앉으시면 되세요."
할머니 다가가시자 여자분도 일어선다
겨우 몇 정거장이라 그냥 앉아 계셨을까?
아님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으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