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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본 ㅣ세상이란 바다에서 나를 띄워주는 부력

by back배경ground
예전에는 혈액형이 뭐냐고들 묻곤 했어​
혈액형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여겼거든
B형은 자기중심적 성격으로 불렸는데​
그래서 혈액형 말하는 게 나는 참 싫었어​

나를 들킨 것 같아서 내심 찔려했던 거지
갖고 싶었던 이상적인 성격이 있었나 봐
성격 좋다고 들으며 무리와 잘 어울리는​
대학생이 되면서 그 괴리감이 참담했어​

변방, 어딜 가나 아웃사이더로 지내면서​
주눅이 들고 쭈뼜대는 모습이 심해졌어​
당황하면 횡설수설 말하다 옆길로 새고​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런 모양일까​

2년 동안 기차를 타고 대학원을 다니며​
오며 가며 김창옥 강사님 강연을 들었어​
어린 시절이 어찌나 내 모습과 흡사한지​
문제 많은 아버지와 끊임없는 가정불화​

김창옥 선생님을 보면서 희망이 생겼어​
저분이 저렇게 건강한 모습이 되셨으니​
귀 막고 쪼그려 앉아 소리 지르던 어린 나​
지금의 내가 일으켜 세워줄 차례인 거야​

듣고 적고 울고 듣고 적고 울고 또 들으며​
눈치챌 수 없었지만 점점점점 생겨났어​
세상이란 바다에서 나를 띄워주는 부력​
그러니 웃게 되고 말도 조리 있게 되더라​

나를 뜨게 하는 자존감이라는 자기 자본​
자존감을 공급받는 곳이 바로 부모지만​
행여나 못 받았어도 걱정 말고 용기를 내​
아스팔트 도로에서도 나무가 자란단다

(4+16+44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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