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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 울림 Nov 10. 2024

자기 자본

세상이란 바다에서 나를 띄워주는 부력

i

예전에는 혈액형이 뭐냐고들 묻곤 했어

혈액형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여겼거든

B형은 자기중심적 성격으로 불렸는데

그래서 혈액형 말하는 게 나는 참 싫었어

ii

나를 들킨 것 같아서 내심 찔려했던 거지

갖고 싶었던 이상적인 성격이 있었나 봐

성격 좋다고 들으며 무리와 잘 어울리는

대학생이 되면서 그 괴리감이 참담했어

iii

변방, 어딜 가나 아웃사이더로 지내면서

주눅이 들고 쭈뼜대는 모습이 심해졌어

당황하면 횡설수설 말하다 옆길로 새고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런 모양일까

iv

2년 동안 기차를 타고 대학원을 다니며

오며 가며 김창옥 강사님 강연을 들었어

어린 시절이 어찌나 내 모습과 흡사한지

문제 많은 아버지와 끊임없는 가정불화

v

김창옥 선생님을 보면서 희망이 생겼어

저분이 저렇게 건강한 모습이 되셨으니

귀 막고 쪼그려 앉아 소리 지르던 어린 나

지금의 내가 일으켜 세워줄 차례인 거야

vi

듣고 적고 울고 듣고 적고 울고 또 들으며

눈치챌 수 없었지만 점점점점 생겨났어

세상이란 바다에서 나를 띄워주는 부력

그러니 웃게 되고 말도 조리 있게 되더라

vii

나를 뜨게 하는 자존감이라는 자기 자본

자존감을 공급받는 곳이 바로 부모지만

행여나 못 받았어도 걱정 말고 용기를 내

아스팔트 도로에서 나무가 자라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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