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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기ㅣ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일

by back배경ground
체육대회라 해나가 응원가를 배워왔어​
차에서 응원가를 듣는데 전부 가요더라
친구들은 벌써부터 가요를 듣는다지만
아빠 생각에는 너무 이른 게 아니가 싶어​

'풍선'이나 '비행기' 같은 노래들은 좋은데​
'파이팅 해야지' 같은 노랜 신경이 쓰이네​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 하는 노랫말들이​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아서 말야

아내는 적당히 들려줘야 한다는 주의야​
한 번은 아내가 빅뱅 거짓말을 틀었는데​
'엿 같아 열받게' 하는 가사가 나오는 거야​
그 후로 가요가 흘러나오면 날카로워져​

요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인기더라
가사도 좋은 것 같아서 함께 듣고 있는데​
이어서 다음 곡으로 힙합 노래가 나왔어​
아 뭐야 하는데 가사 한 줄이 훅 들어오대​

사람들이 풍기는 술 냄새가 부러웠지만​
사람들과는 다른 시차에 적응해야 했대​
찾아보니 우원재의 '시차'라는 노래였어​
동아리 선배인 그레이 로코가 피처링한​

첫차를 타는 건지 아님 막차를 놓친 건지​
허랑방탕한 생활도 용인되는 나이 스물​
청춘이 인파 속에서 숨을 참으며 사는 건​
적어도 나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야

세상의 성공 조건을 말하고 싶은 건 아냐​
성공과 성장은 교집합이 있을 뿐이니까​
성장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지만​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일'​

(4+16+44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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