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하면서 생겼던 변화들 중 하나는 여름에 땀 흘릴 일이 별로 없다는 거였어 여름이면 얼굴과 등에 땀이 흘러내려서 불편하고 불쾌하고 정말 짜증 났었거든 ii 대딩시절 나름대로 멋 내고 집을 나가면 정류장 가기 전에 상반신이 젖어버리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멋이 그 멋이었는데 보송보송한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iii 땀에 젖어 돌아온 나에게 늘 말씀하셨어 쓸 때 없이 땀 흘리는 걸 물려줬다고 말야 우리 엄니께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셔 마루에 철퍼덕 앉아 그런가 보다 했었지 iv 직장인이 되고 나니 땀날 일이 없는 거야 땀 흘리는 직업을 폄훼하는 건 절대 아냐 여튼 이렇게 살다 보니 예전의 나도 잊고 부러웠던 그들처럼 보송보송 살았는데 v 아놔 우리 해나가 그렇게도 또 땀쟁이네 아기아기일 때부터 머리가 뜨끈뜨끈해 조금만 뛰놀면 혼자 얼굴이 땀범벅이고 뭐 나야 남자라지만 여자는 불편할 텐데 vi 해나를 재워놓고 거실에서 티비보다가 문득 방에 들어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면 손바닥에 물기가 적잖게 묻어 나오곤 해 시원하라고 손으로 머리를 쓸어주는데 vii 어릴 적 잠잘 때 시원했던 생각이 나더라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쌓여있던 열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찬기가 채워지게 머리맡에 앉아서 쓰다듬어 주셨던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