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삐진 마음, 다소 체념한 마음
'시편 31편'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
나의 작가 소개 란에는 시편 31편에서 따온 글이 적혀 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가지세요.'
시편 31편은 '24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들아,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가져라.' 하는 다윗의 권면으로 끝을 맺는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마음에 맞는 사람,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고 평하셨던 사람이다. 도대체 다윗의 어떤 모습을 두고 하신 말씀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다윗은 물맷돌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다. 하지만 박영선 목사님께서는 성경에서 방점을 두고 있는 다윗의 삶은 '밧세바 사건' 이후라고 얘기하신다. 이는 욥기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욥 1:11 그러나 그가 소유한 모든 것을 한번 빼앗아 보십시오. 그러면 당장 그가 정면으로 주를 저주할 것입니다."
서른이 넘어 내적으로 많은 부분이 무너져 있는 상황에서 나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때는 예수님을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드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시 내 삶의 무게중심은 신앙생활에 치우쳐 있었고 시간적, 물질적으로 상당 부분을 신앙생활에 내어드렸다.
신앙생활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좋았지만 일상생활의 고통은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신앙생활을 땔감으로 해서 일상생활의 문제가 타버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현실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았고 바람은 시원하게 실현되지 않았다.
세상에서는 기댈 언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하고 곤고해서 예수님을 찾게 된다면 이는 하나님의 은혜다. 이때 하나님의 은혜는 피폐해진 마음과 함께 그 원인이 되었던 현실의 삶도 회복시켜 주실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난 하나님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때 만났던 하나님과 비슷할지 모른다.
그러나 벗어버리고 싶은 현실에서의 이슈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이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지만 침묵하시는 듯한, 때론 거절하시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나에게 주신 은혜가 족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더 매달리며 기다려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내 안에는 하나님 안에서 만족하는 마음이 있지만 약간 삐진 마음, 다소 체념한 마음도 있다. '지금이 충분합니다.' 하며 감사하는 마음보다 '언젠가는 주시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이 하나님 마음에 합한 모습은 아니겠지...
하나님 안에서의 만족하는 것과 매달려 얻어내는 것,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행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는 내 자신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나를 그저 불쌍히 여겨주시고 고쳐주시고 보다 더 성숙하게 만들어가 주시기를 바라며 하나님 안에서 꾹 눌러앉아 있으려고 한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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