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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연 Nov 14. 2022

원과 영

  오늘만 버틸 수 있다면 내일부터는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처음 보는 세상.

  너를 앞세울 순 없어서 앞서가면 위험은 등 뒤에서 닥쳐오고


  여기는 다른 사람이 받은 편지가 더 마음에 든다고 내 것과 바꿔서는 안 되는 곳.


  우리 이전으로 다시 돌아온 것입니까?


  모두 한마음으로 돌아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나를 부르는 이름이 내 이름이 되는 세상에서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면 그건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순대일 뿐이다.

  

  말씀에 밑줄을 치다 보면

  연필 끝은 점점 날카로워져 이상한 생각이 들고


  나를 해체하고 있는 저 사람을 보면서


  나도 사랑의 산물이다.

  나도 사랑의 산물이다.

  나도 사랑의 산물이다.


  지금부터 알려 주지. 내가 나를 얼마나 아프게 하도록 태어났는지.


  너는 이 문장을 다시 읽으려고 돌아올 거야.


  이제 여기서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것을 두고 왔다.


  그것은 네 방에 있다.

  수색을 계속하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나겠지만


  나는 당신의 자식이 아니고 당신은 나의 부모가 아닙니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풀밭에 앉은 사람들이 밤하늘에 별로 지구를 관측하고 있다.

  그들이 비워 둔 집에 누군가 들어와 외투를 벗고 불을 밝히고 있다.


  멀고 긴 빛이 뻗어 나가 선분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면 동그랗게 말려 있다.


  스프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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