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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철학인가요? 종교인가요?

#질문 #깨달음 #비이원 

by 나말록 Jan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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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불교는 철학인가요? 종교인가요? 


보통 종교라고 하면 믿음의 대상과 교리가 있습니다. 그 대상이 종교와 문화에 따라 다양할 뿐이지 그 형식적인 틀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믿음의 대상이 ‘석가모니’가 아니고 경전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보면 불교(佛敎), 즉 깨달음에 관한 가르침이 불교입니다. 믿는 대상이 석가모니나 다른 신이 아닙니다. 먼저 깨달은 자로써 존경의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그가 신적인 위치를 갖지는 않습니다. 전혀 다른 의미로 '신'의 의미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종교의 신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이런 본연의 뜻을 살리기 위해서 어느 불교 종단에서는 불상 대신 상징적인 원을 앞에 두기도 합니다. 


현대의 한국 불교는 지나치게 종교화 되면서 기복과 같은 여러 문화가 섞이는 바람에 그 본질이 많이 가려져 있습니다. 종단 유지를 위한 변화라고 보기에도 좀 과할 정도로 혼탁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속에서도  제대로 된 가르침을 전하는 스님들도 항상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불교의 근본은 깨달음을 가르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학과 비교가 되는 것이고요. 


이성적 사유를 기반으로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불교를 철학의 범주에 넣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선불교 풍토에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의식의 진화 관점에서는 이성의 역할이 건강한 깨달음에 핵심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의 유일한 근심은 이성의 역할이 비이원의 극단에 이르러서는 철학의 범주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원성 즉, 개념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철학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불교를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종교인이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가르침의 핵심이 종교의 틀에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이기도 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려면 아무래도 철학의 관점이 훨씬 유용할 테니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데로 철학의 범주에서 이원적인 한계가 우려될 수도 있지만 이는 때가 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입니다. 실제로는 철학이 아닐지라도 철학과 같이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또 그런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죠. 교양을 쌓기 위해 칸트와 쇼펜하우어를 읽듯 말입니다. 


- 그림 : Sun And Moon by Escher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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