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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Oct 24. 2024

금은 랠리, 인플레이션과 가격 예측

수정구슬에 의존하는 사람은 유리가루를 먹을 수밖에 없다.

금값이 연초부터 별다른 조정 없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금 선물 월봉

여기에 다시 은값 역시 상승하고 있다. 부자아빠 기요사키가 투자 전문가인지 모르겠으나 투기의 세계에 대중에 가장 알려진 인물임은 사실이다. 어쨌든 그 역시 은값 추가 상승을 확신하고 있다.


은 가격 전망에 대한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자신의 트위터(X)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산은 바로 은"이라며 은 가격이 조만간 온스당 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요사키는 "기술적으로는 컵앤핸들(Cup and Handle) 패턴이 완성되고 있고 금 가격 상승랠리를 놓친 포모(FOMO)족들이 뒤늦게 은 투자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은 가격을 둘러싼 시장의 투자심리가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귀금속 전문업체 골드시크닷컴의 피터 스피나 회장도 "현재 은 가격은 급등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상태"라고 평가하며 연말 전까지 온스당 40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 - 금 제치고 올해만 45% '급등'…"진짜 금은 따로 있었네", 2024.10.23, 한국경제TV
은 선물 월봉


금과 은 가격이 상승한 배경에는 달러화 강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현재 '킹달러'가 되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2024년 9월 미연준의 피벗(정책전환)으로 기준금리 인하(50bp, 0.5% p)가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띄게 된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이다. 달러인덱스(DXY, 세계 주요 6종 통화와 달러가격을 비교)의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가 달러 대비 상대적 약세이다. 같은 달 유럽중앙은행이 미연준보다 85bp(0.85% p) 더 큰 폭으로 금리인하를 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트럼프 트레이드'라 불리는 트럼프 당선이 가져올 강달러에 베팅한 투기세력 덕분이다. 트럼프 재집권은 보호무역과 리쇼어링 정책 부활이 미국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시장은 예측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금 가격과 금리 인하 및 달러 가치의 관계는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즉 달러 가치가 떨어져야 금값이 올라간다. 현재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금과 가격이 오른단 말인가? 다시 한번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 우선 가장 큰 답은 중국이 엄청나게 사들이는 데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와 상하이의 금 가격은 온스당 약 50달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즉 상하이가 더 비싸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작년의 경우 상하이의 금 가격은 거의 90달러 이상 더 비쌌다.


2. 작년에 세계금협회(WGC)는 각국 중앙은행가운데 24%가 향후 12개월간 준비금을 늘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들도 올 들어 매입을 늘리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3.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지정학적 혼란은 금에 대한 공매도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4. 금에 대한 물리적 수요 문제도 있다. UBS의 테베스는 인도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에서도 음력설 전후로 예상보다 많은 금 수요가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 출처 : 달러 강세에 금리 인하 멀어졌는데…금은 왜 오를까, 2024.3.6, 한경


이러한 금에 대한 수요는 기존의 상관관계를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나는 여기에 또 다른 가정을 하나 덧붙인다. 은행, 증권업 같은 같은 금리에 직접적 수익이 연결되는 업종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야 한다. 왜냐하면 미연준은 인플레이션 징후가 보이면 피터 나바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금리 인상으로 잔칫상을 뒤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금리 인하 국면에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스마트 머니라 불리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징후가 큰 경기 사이클의 막바지, 바꿔 말하면 금리인상이 임박한 고점에는 에너지, 금 같은 원자재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헷지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업종들의 반응,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피터 나바로


금과 은의 가격상승에 비례하여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금융위기(2007~2008)와 코로나19 기간 동안 미연준의 천문학적 유동성 공급을 통해 달러화는 2007년 대비 3배 이상 시중에 풀려있다. 인플레이션 발생은 이러한 통화공급에 비해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견조한 경제성장과 달러화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 통화공급량 M2, Trading Economics

미연준은 금리 인하를 했지만 시장은 금리인하의 속도 조절을 예상하고 있다. 작성일 현재 Fedwatch에 따르면 오는 11.7일 금리 인하 확률은 -25bp 92.5%, 동결이 7.5%이다. 금리 인하가 지난 수십 년 간 경기침체의 만병통치약에 쓰였지만 인플레이션의 방아쇠가 될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앞서 금과 은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금 가격을 달러 가격 상승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앞으로도 말할 수 있을까? 지금 가격 추이는 분명 양의 상관관계인데 말이다. 그럼 다음은?


미국 투자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격언이 있다. "수정구슬에 의존하는 사람은 유리가루를 먹을 수밖에 없다." 무모한 시장 예측에 대한 경고를 말한다.


나는 당시 “수정구슬(미래에 대한 예측)에 의존하는 사람은 유리가루(예측의 실패에 따른 고통)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 나는 많은 실패를 통해 미래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분석할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경제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해야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 <원칙>, 레이 달리오


레이 달리오는 그의 저서에서 1970년대 최고의 부자였으나 은 선물 투자로 파산한 사람이야기를 적은 바 있다. 1970년대는 유가파동이라 불리는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 극심했었다. 폴 볼커가 이끌던 미연준의 금리정책은 널뛰기를 거듭했고(1980년 한 해 동안 20%에서 9.5%까지 금리인하) 이러한 여파로 수년간 지속되었던 은 가격 랠리는 처참한 하락으로 마무리된다.


은 선물 가격(1973~2024), 인베스팅닷컴
미국 기준금리, Trading Economics


다시 은의 가격 차트를 멀리서 살펴보자. 과연 지금 금과 은의 랠리는 어떻게 될까?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찾아와 가격이 더 오를까? 아니면 가격은 미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평균회귀(mean reversion)할까?


어떤 경제, 투자 전문가도 정확한 시장가격 예측을 할 수 없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신도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가? 다만, 시장의 법칙이 바뀔 때 빠르게 손절하는 사람만이 지금껏 그 이름이 살아남았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설령 그가 물리적 실체로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의 세계에서 파산한 그는 한갓 유령일 뿐이다.


“손실은 일찍 줄이고, 수익은 최대한 키워라”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잭 슈웨거가 《시장의 마법사들》을 쓸 때 그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손절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잭은 인터뷰 도중에 녹음기를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크, 좋은 이야기이기는 한데, 너무 진부해요. 성공한 투자자들은 다 그렇게 말해요.” 나는 “잭, 그게 당연해요. 그래서 그 사람들과 내가 성공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 <초수익 성장주 투자>, 마크 미너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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