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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Feb 14. 2023

MBTI 전성시대


출처: 나무위키


골상학이라는 학문을 들어본 적 있는가? 19세기에 유행한 우생학의 일종인데, 범죄자나 천재와 같은 사람들은 독특한 두뇌와 신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동양인이라면 매우 익숙한 관상이라는 점술이 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설명하기도 민망하지만 관상은 사람 얼굴의 생김새를 가지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인데, 골상학과 큰 차이는 없다. 왜냐하면 부모와 조상으로부터 유전 받는 것이니, 우생학에 불과하다.


자, 이번엔 사주가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난 시간, 즉 년주, 월주, 시주, 일주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좋은 사주를 맞추려고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사례를 실제로 들은 적도 있다! 어떻게 사람 운명이 그렇냐고 묻는다면 중국의 당송시대로 거슬러가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중세 중국인이 만든 점술이 한국인에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점집은 꾸준히 영업 중이다.


이제 일본인들이 유형시켰다는 혈액형 성격론이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우생학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혈액형과 성격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기에 비과학적이지만 꽤나 오랫동안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 혈액형을 고려하곤 하였다. 이야기를 길게 돌아간 것 같은데,  현재 이 혈액형 성격론을 무너뜨리고 대세로 자리 잡은 MBTI*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한다.

*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Type Indicator, MBTI) :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한 자기 보고 형 성격 유형 검사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


일단 1944년에 개발되었으며, 심리학 비전공자가 만들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뢰할 만한 심리학자가 만든 5요인 이론(Big5모형)이 있으나 대중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꽤나 오랜 세월 동안 상업적인 측면에서 성공을 거둔 MBTI는 사람 성격 유형이 16가지라는 주장을 펼쳤기에 인기를 거두었으리라 여겨진다. 사주와 관상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을 답습하는 것이 보인다.


아무래도 인간은 편견의 동물 아닌가? 내 편 아니면 남의 편을 나누기 좋아하는 본능 덕분에 MBTI는 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혈액형이 4개뿐이라 비과학적이고, 16개라 좀 더 과학적인가? 그런데 사람 성격은 절대로 16개로 나눌 수 없다. 그러니 극 I, 극 E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자기 보고(self-report) 형 심리검사의 한계 상 주관적인 답변으로 인해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윤리적인 질문에 있어 자기를 변호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주식 차트분석으로 유명한 엘리엇 파동이론이 있다. 1파~5파까지 상승추세, abc 하락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인데, 문제는 언제 1파가 시작하느냐이다. 심지어 파동 절단의 개념마저 존재한다. 따라서 우스갯소리로 이 이론은 틀리는 법이 없다고 한다.


정리해 보자. MBTI를 가지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재밌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16개 중 하나의 패로 사람의 성격을 단정 짓게 된다면, 그 사람의 내밀한 행간을 읽을 겨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적어도 사주는 무당이 부적이라도 적어주는데 성격유형 검사는 한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묘사하여 낙인 시킬 뿐이다. 내 MBTI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다시 이 글 처음으로 돌아가서 각종 우생학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족을 덧붙이자면 MBTI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현대에 와서 프로이트보다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사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정신분석은 (처음부터 그랬지만) 과학의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 철학과 사회과학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인간은 대체로 과학적인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법이다. (위대한 지성인 아이작 뉴턴 역시 남해회사에 투자하다 고점에 물려 설거지를 당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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