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by pathemata mathemata

아내가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출장을 갔던 이야기를 했다. 이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김치를 보니 다시 떠올랐나 보다.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며칠간 일하게 되었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회사에서 지급받은 과자를 나눠주는 호의를 베풀었다고 한다. 이들은 답례로 김치를 가져다주었다. 점심을 급하게 먹느라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한국 사람으로서 김치 없이 먹는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나 보다.


김치냉장고 한 칸에 들어갈만한 크기라 당시 아내를 포함해 출장 인원 3명이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이었다고 한다. 아내는 김치를 먹어보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양을 고려해 보건대 이 환경미화원 분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통을 주신 것 같아 어느 정도 먹고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직장 동료 한 명이 갑자기 김치를 먹다가 "이건 엄마가 해주신 김치 맛이랑 똑같아!"라고 소리 질렀다고 한다. 평소에 식탐을 부리는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나머지 두 명의 동의도 없이 김치통을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내와 남은 한 명은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분의 어머니는 몇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직장 동료가 약간 무례하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들어보니 이야기를 곱씹게 되었다. 우연히 맛본 김치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맛을 연상케 했다면, 그 순간 천사가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요리한다는 것은 천사를 대접하는 것과 같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맛을 내는 것은 숭고한 일 중 하나이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 히브리서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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