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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May 24. 2023

데미안, 헤르만 헤세

(스포일러 주의)


데미안은 성장소설의 대명사이다. 오랜 세월 동안 청소년 권장도서이기에 진부함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읽기를 꺼렸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 스테디셀러에는 반(反) 시대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한 번 읽어보았다.


책의 성공 요인은 자극적인 요소를 다분히 미화시키는 측면과 등장인물의 성격묘사가 입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데미안에는 학교폭력(크로머)과 동성애(데미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바 부인), 영지주의 혹은 신비주의(피스토리우스) 바이브가 있다. 마치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같이 등장인물을 각각의 테마에 맞추어 인격체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이 글에서 베아트리체라는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데,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첫사랑이나 실제로는 그녀의 이름조차 모른다.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스티븐 디덜러스가 메르세데스를 찾아다니는 것 같은데, 실상은 데미안과의 섹슈얼한 감정을 중화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은 중세의 기사도 혹은 궁정주의풍 사랑을 꿈꾸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그녀를 통해 데미안과의 키스가 정당화되는 식이다.


한편, 유명한 아래의 구절은 보통 첫 2문장만 인용되어 신의 이름에 대해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작가의 의도는 세계를 깨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신앙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영지주의의 천사, 아브락시


1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 국민들에게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대중들에게 널리 읽혔다. 2차 세계대전 참전 나치 독일 병사들의 유품 중 1순위였다고 할 정도이다. 데미안이 되고자 했던 독일의 젊은이들에게 전쟁이 구원의 기회로 각인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헤르만 헤세 역시 1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나 후방에 있었던 작가는 병사 데미안의 마지막을 성(聖)스럽게 묘사했다. 


하지만 같은 전쟁을 전투병으로 참전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주인공마저 전쟁의 희생자로 마무리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경험과 한계를 강조한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많은 독일 병사들은 대게르만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꿈꿨지만 그들은 알에서 나오지 못한듯하다. 참호에서 혹은 소련 수용소에서 덧없이 죽어갔으니까. 이 작품은 앙가주망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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