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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세웅 Jul 05. 2021

가장 큰 사랑을 이루려면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사람이 삶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잊을만하면 다시 마주치는 환자의 죽음 앞에서 삶에 대한 질문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정답이 '사랑을 주고받을 때'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환자 및 보호자 등 다양하다.


중환자실 입구를 들어가기 전 보호자 대기실에서 밤낮 구분 없이 환자를 기다리는 보호자분들, 자신의 안녕은 뒤로 한 채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들, 자신을 치료해주고 돌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표현하시는 환자분들, 치료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여러 직원분들까지 슬픔이 흩뿌려져 있는 병원환경 가운데 잔잔한 사랑의 흔적들이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무엇보다도, 병원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환자 한 명을 살리는 것이다. 가장 큰 사랑을 이루려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야 가능하다. 의료인을 예로 들자면, 한 명의 의사가 한 명의 환자 곁에 내내 있을 수 없고, 한 명의 간호사가 하루 종일 한 사람 곁을 지킬 수 없다. 또한 중증도가 올라간 환자의 경우 자신의 손과 발로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체위 변경을 할 때라든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다양한 처방을 긴급하게 처리할 때와 같이 담당 간호사 혼자 힘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감사하게도, 환자 한 명을 살리는 하루의 근무 가운데서도 수십, 수백 번 자기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는 동료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분명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도 중환자일 텐데, 조금의 여유가 생길 때면 지체 없이 다른 동료들에게 가서 함께 일을 도와가며 하는 그 모습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도움을 준 간호사도, 도움을 받은 간호사도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일이 고될 때가 있긴 하지만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고, 환자를 사랑으로 돌보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너희 안에  마음을 으라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 빌립보서 2 4-5 말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분들을 지키며 심각하고 냉정해져야 하는 상황이 많기에 병원에서 일하며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걸 매 순간 느끼지만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사랑을 이루려면 먼저 서로를 사랑하라는 것이 예수님이 전하고자 했던 말씀이 아니었을까.


오늘도 동료에게, 환자 및 보호자분들에게 먼저 자신의 마음 한편을 내어주어 다가가서 도와주고 사랑을 실천하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 병원에서 종사하시는 수많은 직원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각자가 때론 버겁고, 너무 소진되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마주치겠지만 그럴 때마다 삶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사랑이 마음을 붙들어주고 다시 힘을 내게끔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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