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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Dec 24. 2019

모래알과 바지락 칼국수

: 해변을 걷다가




모래알    


바닷가 모래알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다. 고운 입자의 이 돌가루가 사르륵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릴 때 부드럽고 간지러운 감촉을 느끼며 웃는다.     


삼킬 듯 맹렬히 쫓아오는 파도, 거기에 맥없이 밀리고 쓸리는 금빛 모래알. 가족들, 연인들 그리고 아이들의 추억이 고스란한 해변 스튜디오라 해야겠지.  



 모래밭을 무심히 걷거나 시진을 찍거나 파도에게 시비를 걸며 추억 쌓기에 여념없는 연인들ㆍ가족들(c)대파경


 ‘모래알 조직’


일체감을 강조하는 조직, 결코 한 덩어리 되기 어려운 경찰관들, 이런 상황을 빗대어 끄집어낸  창의적 해석.   재치 있는 감성 파괴자들을 보라...

 

하지만 의도는 달라도 그러한 해석은 조직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한주먹 가득 움켜쥐어도 이내 흘러내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듯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은 뭉치지 않는다.


자유와 개성을 지닌 이들이 어떻게 하나가 되겠는가. 오직 합리적 이해와 상식 그리고 합의 정신만이 밧줄처럼 서로를 이어 줄 . 2020년 경찰 직장협의회 시대 ‘모래알 조직’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하면 충남 당진을 잊을 수 없다. 대걸레를 보면서도 침이 송긋 맺힐 만큼 면을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살을 발라내는데 적잖은 시간을 써야 할 만큼 무더기를 이룬 바지락, 그 아래 비릿 향 깊이 머금은 쫄깃한 면발을 뇌는 기억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면을 먹은 듯 하지만 '바지락+칼국수'는 무척 오랜만이었다. 비록 당진은 아니지만 모처럼 바닷가에서 영접하는 것이니만큼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뿜어져 나온 도파민은 톳 무침과 오징어 젓갈 반찬에 달아오르더니 주인공의 등장 앞에서 마침내 폭발했다.    


푸짐하고 항긋한 바지락 칼국수, 바로 옆에 오징어 젓갈이 숨어있다. 짜식 수줍어 하기는..(c)대파경


우선 예전의 습성을 깨워 면과 채소 사이에 숨어있던 바지락을 모조리 색출해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껍데기를 건드리기만 하여도 알맹이가  떨어졌다. 신선했다. 비릿 냄새도 서걱거림도 없이 속살은 젤리처럼 탱글탱글했다. 그것들을 면으로 감은 다음 크게 한입 넣는다. 김치 아닌 오징어 젓갈을 곁들이면서..    


칼국수가 거기서 거기고 맛으로만 치면 짜장도 짬뽕도 라면도 뒤지지 않겠으나 오늘의 바칼 오래 전의 나와 주변 풍경마저 후루룩 흡입하게 해주었다. 배도 부르고 가슴도 부르다. 소화시켜야 할지 고민이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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