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맞다. 바로 승진이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지는 특진-심사-시험 승진의 릴레이는 우리 모두를 탄식으로 메아리치게 한다. 승진의 영예를 안은 사람은 무슨 소리냐고 버럭 할 수 있겠지만 묻자, 격정 어린 사랑 같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1회성 쾌락은 또 다른 쾌락을 좇기 마련이다. 그 과정과 결과, 고통과 허무의 연속이다.
승진은 그 뜻을 이룬 극히 소수와 그 맞은편에서 그늘 진 눈빛으로 어두컴컴 서 있는 절대다수 모두에게 죄책감과 열패감을 안겨준다. 삶의 피폐, 조직원 간 불신 조장, 심지어 목숨까지도 빼앗는다. 이 정도라면 제도권 안에서 피어난 저 꽃들은 악의 꽃이라고 규정해야 하며 적어도 그리 믿어야 한다.
향기도 없는 위조된 꽃에 온갖 영예 따위를 붙인다. 더 나은 자리와 금전적 보상을 준다. 이 퍼석한 꽃은 인간의 모든 욕망을 양분 삼아 자란다. 명예와 돈. 거스를 수 없는 욕망, 죄책감과 열패감을 가진 이들은 결국 욕구를 급히 해소한 자와 욕구 불만자들 뿐인 것이다. 아무튼 거대한 패배감을 맞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든다. 끝판왕.
Who? 두뇌 패션 디자이너
지금의 승진 제도에 콘크리트를 붓고 있는 이들은 두뇌 패션 디자이너들이다. 조직원들이 자신들이 욕망을 위해 뛰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승진이란 정의의 결과라 믿게 한다. 그러므로 각종 홍보문구는 찡하게, 가짜 금색 문양들을 여기저기에 붙여 환시를 갖게 하고, 거기에 더 화려하게 장식한 기관장이 향불을 피운다. 영광의 승진을 축하한다며.
사실은 경찰관은 자신의 일이 영광스러운지 잘 알지 못한다. 미근동 데스크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ㆍ용어를 쓰고 형형색색 표와 그림을 넣고,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작성하여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 문서가 최첨단 기획이 되어 가짜 꽃을 피운다. 기뻐한다. 그것이 영예라면서. 그 안에 왜 경찰인지는 없다.
현장 경찰은 끊임없이 범죄자를 검거하고 위반자를 단속하고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홍보를 해야 한다. 또는 그것을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수치가 된다.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그래야 장려장이나 표창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야. 상점을 채울 수 있다. 그래야. 기본적으로 승진이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다.
경찰이 저런 활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능한 경찰의 지표가 된다. 유능한 경찰이란 승진을 하는 경찰이다. 즉 어찌 되었든 수치를 채우면 유능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승진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은 미덕이 되었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부정하지 못하게 우리의 정신에 녹아 저항할 수 없는 문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