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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이네 Aug 03. 2024

여행 준비의 바이블

이광훈님 감사합니다

  일단 싱가포르행 항공권을 질렀으니, 여행의 세부적인 준비를 바로 시작했다. 출발이 1년이나 남았던 지난 겨울부터 말이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인 만큼 숙소는 당연히 예약해 두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략적인 여행 동선을 짜야 한다. 여행 동선을 짜기 위해서는 꼭 가야 할 장소들을 골라두어야 한다.

  제일 쉬운 것은 패키지 여행 상품을 결제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것은 패스. 나는 첫 여행을 제외하고는 늘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여행을 다녔다. 평소에 무대책, 무계획으로 인생을 사는 것에 비해, 오로지 여행만큼은 철저한 계획하에 다니곤 한다. 여행 날짜와 목적지를 정하고 엑셀로 계획을 짜는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다행히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에 관한 것이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줄줄 나온다.


  이 시점에 발생하는 작은 문제 하나. 나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하지 않는다. 앱도 안 깔려 있을뿐더러 아이디도 없다. 싸이월드가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던 그 옛날, 학창시절에는 사회생활을 위해 그래도 계정은 만들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고, 내 삶의 주도권을 나 자신에게 차츰 맞춰갔다. 그러다보니 SNS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졌다. 길게 주절주절 말했지만, 사실은 SNS가 귀찮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는 여행 유튜버들이 많지만, 여행 준비를 위해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유튜브 자체를 즐겨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단, TV에서 해주는 여행 프로그램은 재밌게 보는 편이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같은 프로그램은 예나 지금이나 오프닝 음악만 들어도 벌써 기분이 좋다.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따란딴딴따~

  그럼 남은 이제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다. 내가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편하게 정보를 얻는 수단은 바로 ‘책’이다.     




  AI와 빅데이터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지의 도시를 여행할 때는 책만큼 깔끔한 것이 없다. 서점에 판매되는 여행 관련 책 중에는 나라와 도시별로 여행 정보를 담아 출판되는 시리즈들이 많다. 그중에서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 잡으면 된다. 책을 펴면 몇 박 며칠인지에 따른 추천 코스, 도시를 세분화하고 구역을 나눈 지도, 명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최신 정보는 아니더라도 유명한 맛집이나 숙소에 대해 파악할 수도 있다. 책을 참고하여 세운 계획에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얻은 정보를 세부적으로 추가하니 편했다.

출처 뉴스핌

  몇 년 전,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에서 출연진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 여행 서적을 쓴 작가님들에게 감사하다며, 우리 모두 이분들께 의지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어쩜 내 마음과 똑같은 얘기를 하시는지! 이 장면은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았다.

  그렇다. 나는 여행을 하며 나보다 앞서 이 도시를 다녀온 작가들의 경험에 의지한다. 그들이 발로 뛰며 재구성한 어느 도시의 모든 것을 단돈 만 팔천 원에 얻어갈 수 있으니 요즘 아이들 말로 개이득이다.    

저는 이광훈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번 싱가포르 여행 서적은 집에 배송되자마자 뚱이와 함께 봤다. 이제 떠듬떠듬 한글을 읽는 뚱이는 큰 제목과 사진 위주로, 나는 옆에 딱 붙어서 신나게 부연 설명을 하며 보았다. 여섯 살 뚱이에게는 당연히 큰 감흥이랄게 없는 책이었다. 그래도 여행 준비의 설렘을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본 뚱이의 후기는 딱 한 마디로 요약된다. “엄마, 나는 워터파크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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