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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이네 Jun 18. 2024

뚤리러빼끄뽀

영어 노래를 배우다

  태권도의 태극 1장에는 준비 자세가 있다. 아니, 있다고 한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내리는 거다. 하는 데 한 7초쯤 걸리려나? 그 7초를 최선을 다해서 선보이고 뿌듯한 얼굴로 쳐다보는 아이가 있다. 바로 뚱이. 

    

  작은 것이라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와, 직장에서 다져진 10년 내공의 리액션을 가진 엄마가 만나, 우리 집은 언제든 무대가 된다. 관객은 5명도 안 되지만 뚱이는 최선을 다한다. 단 한 번을 빼는 법도 없이. 




  그런 아이가 유치원에 가더니 노래를 배워왔다며 불러준다. 무려 영어로!     

  “뚤리러 빼끄뽀 쎄론어 빼끌러- 이링 썬 모뜨배씨렁- 냠! 냠!”     

  응…?

  웃음도 눈물도 잘 못 숨기고 얼굴에 다 드러나고야 마는 엄마가 바로 나다. 뚱이의 노래와 춤은 언제나 눈에서 하트를 팡팡 날리며 덕후 모드로 감상하게 되지만, 이 노래는 정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래전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조혜련 님의 ‘아나까나’가 생각 나는 건 왜일까. 무슨 노래길래 냠냠이 포인트인 걸까. 더 웃으면 우리 딸 화낼 텐데, 적당히 웃자. 제발!     


  6살이 되어 눈치와 자존심이 생긴 뚱이가, 엄마가 왜 웃는 것인지를 생각하는 사이 나는 표정을 수습하고 뚱이의 새 노래에 감탄해 주었다. 칭찬과 감탄이 끝났으면, 다음 순서는 나의 호기심 해결. 뚱이에게 물어본 결과 알아낸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1. 노래에 개구리가 나온다.

  2. 개구리 수가 줄어든다. 뭘 먹기도 한다.     


  이것들을 조합해 유튜브에 ‘two little frog’를 검색하니, 역시 놀라운 디지털 세상이다. ‘Five little speckled frogs’라는 제목과 함께 헝겊으로 만든 초록 개구리가 대문짝만하게 나온다.   




  꾸준히 엄마표 교육을 실천해 오신 부지런한 엄마들과는 달리, 나는 육아휴직을 했던 2년 동안 영어 노래는커녕 클래식 음악도 제대로 들려주지 못한 게으른 엄마였다. 노래는 엄마인 내가 듣고 싶은 것으로 – 박효신부터 세븐틴까지 철저히 내 취향의 플레이리스트였다. 클래식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팟캐스트는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 알릴레오 북스.     

  복직을 하고 주변의 또래 아이들을 보니, 뚱이만큼 영유아 시기 ‘교육’이 전무한 아이는 없는 것 같아 초조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한겨울에도 얼굴이 시꺼멓게 타 있을 만큼 놀이터에서 많이 노는 아이, 엄마 따라 도서관에 갔다 오는 것을 즐거워 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그 시간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엄마로 살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엄마, 취향이 있는 엄마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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