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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이네 Sep 04. 2024

서울에서 아이를 키웁니다

무면허로 아이 키우기

  뚱이가 좋아하는 서울랜드는 서울에 없다. 경기도 과천에 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서울랜드는 왜 경기랜드가 아니라 서울랜드일까?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을까? 쓸데없는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럴 땐 역시 나무위키다!

  나는 나무위키를 즐겨 읽는다. 사람들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고, 심지어 출처도 확실하지 않은 TMI를 읽고 있으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글자로 뭔가 깨알같이 정보가 적혀 있으면 일단 읽어보고 싶어 했다. 지금도 관광지나 유적지에서 안내판을 발견하면 멈추고 뭐가 쓰여있나 궁금해한다.

  다시 서울랜드로 돌아오면, 서울이 들어간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출처는 모두 나무위키다. 서울랜드는 서울대공원 안에 있는 테마파크인데, 서울대공원의 시초는 19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창경원’이라고 한다. 이후 창경원은 80년대에 과천으로 이전했으나, 여전히 서울시가 관할 하므로 이름은 그대로 둔 것이다.




  이토록 유서 깊은 테마파크인 서울대공원은 뚱이가 가 본 최초의 동물원이자 나에게도 추억이 많은 곳이다. 뚱이가 네 살이 되던 2022년은 팬데믹이 3년 차에 접어들던 해였다. 우리 셋은 초봄이 되자마자 마스크를 끼고 지하철을 타고선 서울대공원에 갔다.

  여섯 살이 된 뚱이는 서울대공원에 갔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얼굴보다 큰 솜사탕을 베어 물던 뚱이가 생각난다. 아기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뚱이를 위해 동물원에 왔건만, 뚱이는 입장도 하지 못하고 출입구 주변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냈다. 솜사탕도 먹어야 했고, 젤리 뷔페에서 쇼핑도 해야 했고, 엄마 등쌀에 가족사진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다니

  나 역시 서울대공원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진 않다. 그 몇 안 되는 기억 중 가장 선명한 것은 ‘호랑이’다. 나는 서울대공원의 대형 호랑이 조형물을 참 좋아했었다. 동생과 호랑이 앞발에 올라타서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난다. 90년대 초중반의 호랑이와 지금의 호랑이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그 호랑이가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졌었는데, 엄마가 되어서 다시 보니 기억 속 호랑이보단 좀 작았다.




  뚱이는 대중교통을 꽤 많이 타 본 어린이다. 서울대공원에도 4호선을 타고 다녀왔지만, 종종 버스를 타고 선유도에 가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에도 다녀온다.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 여름방학에는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다녀왔다.

  나랑 뚱이가 둘이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것은 내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지식인이라서… 는 아니고! 우리가 서울에 살고, 나는 자동차 면허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살면서 운전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므로 면허 시험조차 본 일이 없다.

  주변에서는 아기 키우면서 운전을 안 하면 불편해서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많다. 임신했으니 면허가 필요하겠다, 돌 전이니 지금 따면 유용하다, 어린이집에 보내니 이제 라이딩 시작이다, 등등등.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나의 생각을 100% 이해하고 지지해 준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함께 뚱이를 키우며 운전대를 교대 해주지 못해서 미안할 때가 종종 있는데, 남편은 그럴 때마다 확실하게 말해준다.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 거고, 자기는 내가 운전을 대신 해주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의 무면허를 안타까워하는 주변의 걱정은 고마운 일이다. 뚱이를 데리고 좀 더 먼 곳까지 편하게 다니라는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운전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학원, 병원, 친정 등 뚱이와 자주 가는 곳은 모두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곳이고, 감사하게도 여태껏 내가 당장 운전대를 잡아야 할 급한 일은 없었다.




  나처럼 뚜벅이인 엄마도 어렵지 않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그리고 평생 서울에 살며 느끼는 치명적인 단점은 당연히 ‘미친 주거비’다. 나나 남편이나 사치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하게 월급을 모으고 세금을 내는 직장인이다. 이렇게 안 쓰고 모으는 데도 서울의 주거비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외곽으로 이사를 간다면 같은 예산으로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이자를 내며 서울에서 버티는 것은 우리에게도 나름 이유가 있다. 나는 특정 지역 안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고, 서울을 벗어난 곳에서 일할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또 지금 사는 곳은 친정과 아주 가깝기도 하다. 부모 둘 중 하나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위급 시에 뚱이를 맡아야 한다는 점도 큰 이유가 되었다.

  치솟는 주거비와 그렇지 못한 작고 귀여운 나의 연봉을 생각하며, 한때는 이사를 고민해 보기도 했다.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돈을 생각하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정의 형태가 어떻든, 아마 내 또래가 갖는 고민은 비슷비슷할 것이다.


  그랬는데! 엄마가 되니 쓸데없이 마음이 말랑해진다. 다음 집은 어디에 있는 어느 정도의 집으로 갈 수 있을지, 입학 전에 어떤 방식으로 이사를 할지 현실적인 고민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서울에 살며 느끼는 단점-집값, 복잡합 등-보다는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꼈던 좋은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도시에 정을 붙인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서울에 살며 특별히 이곳이 좋다, 나쁘다, 그립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뚱이를 낳고 키우며 좋아하게 된 장소들이 있고, 추억이 담긴 공간들이 생겼다. 언젠가는 큰 결심을 하고 지역을 옮길 수도 있겠지만, 역시 면허는 그때까지 안 따는 것이 좋겠다.


  + 친구 엄마도, 엄마 친구도, 이모도, 심지어 할머니까지도 모두 운전을 할 줄 안다는 것을 알게 된 뚱이가 깔깔거린다. 진짜 엄마만 운전 못하는 거야? 나도 나중에 아빠한테 배울건데에~ 14년만 기다리면 뚱이가 운전해주는 차를 탈 수 있다니. 역시 면허는 그때까지 안 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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