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패티 Aug 10. 2021

여행에 이유가 있어야 할까

화요일 밤에 랜선으로 모여 책읽기

"김현경에 의하면 그림자는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무엇’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성원권’일 것이다.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타인이 우리를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어야 한다."(126p)


김영하는 인류학자 김현경의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 대한 독특한 해석에서 ‘그림자’에 주목한다. 그림자란 무엇인가.


최근 오랜만에 모임을 열기 위해 단톡방 대화를 할 때였다. ‘그동안 모임에 제대로 참석도 하지 못하면서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였다. 더이상 이런 상태로 있는 것이 편치 않아 모임에서 빠지겠다. 그동안 함께 해서 즐거웠다. 좋은 일에 연락 오면 참석하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방을 나간 사람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을 겨를도 없었다.



모임 날짜를 못 박지 않고 세 달에 한 번 만나자, 느슨한 모임이었다. 대개 모임을 주선하는 이가 운을 떼면 이런저런 의견이 오가다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고는 했다. 모두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는 것 같고 모두의 의견이 수렴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단톡방을 나가고 나서야 나는 그 사람은 의견을 적극 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항상 최종 결정된 후에 아쉽다, 다른 일정이 있어 이번 모임에는 참석이 어렵다고는 했었다. 이번에도 그는 오가는 대화를 구경만 하다 결정 직전에 모임을 빠지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실상 의견을 내었다 해도 입심이 센 몇몇에 의해 결정되고는 해서 그는 자신의 시간을 표명하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여행의 이유>에서 표현을 빌린다면 그는 이 모임에 성원권이 없었던 것일까. 회원을 회원이게 하는 것. 이 모임의 성원권은 무엇인가. 그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이 모임에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이 모임에 적합한 사람임 입증되도록 그는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도 했어야 했을까.



적어도 그 모임에서는 스페셜리티가 없으면 그림자도 없는 것 같다. 사는 동네, 집 평수, 남편과 자식들의 사회적 위치, 개인적 능력 등이 없으면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그가 방을 나갔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묻는 것도 의미없는 일이지만 아무도 그의 모임 탈퇴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궁금해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의 탈퇴 문자는 물결 위 파문이 잦아들 듯 사라지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모임 날짜와 장소에 대해 말들을 이어갔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그림자에 대해 소설가 김영하의 생각을 읽어본다. 조선시대 백정은 분명이 인간이었지만 양반과 상민들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생물학적으로 분명 인간이었지만 백정들은 그 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별이었다. 그들은 환대는커녕 공적 장소에서 추방당했다. 그들에게는 그림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그림자 없는 사람들을 찾아본다면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그들은 왜 그림자가 없다고 보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떨리고 울렸으나 공명까진 못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