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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Apr 21. 2022

재즈 느와르 인 도쿄

화요심야독서(혼자읽기)

역사학자인 주인공이 릿교대학 교환교수로 가면서 겪은 일이 줄거리. 일본 연구자로 출장차 들른 도쿄에서 우연히 바니걸 분장의 여성을 만난다. 이야기 전면에 흐르는 일본적 질서와 예의라는 가면을 쓴 일본사회와 욕망의 화신들이 만드는 느와르. 단숨에 읽힌다.

 

이야기는 몇 갈래로 흐른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 역사 이야기, 정치, 재즈와 성문화와 관련된 범죄.



  소설에서 가면은 일본을 상징하는 중요한 도구다. 두 얼굴의 일본사회.  해가 뜨는 낮과 해가 진 밤의 세계를 사는 사람들,  밤의 환락에 미친 듯이 살던 사람이 낮에는 가면을 쓰고 모범적인 시민으로 거짓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징.



저자는 재즈 칼럼니스트이고 오디오 평론가로 활동한다는데, 역사나 정치에도 식견이 있나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정치에 관한 식견을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펼쳐보인다. 다만 나는  그것이 소설적 상상인지 근거있는 사실인지는 알지 못한다. 흥미롭다는 것은 진심이다. 그 중 몇 가지 .



일본이 벌인 대동아전쟁의 목적은 영토확장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영토? 천만의 말씀. 식민지를 건설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해. (생략) 돈을 벌기 위함이야. 아니, 약탈이라고 하는 편이 좋아. 일본의 황실에서 직접 감독한 거야.  정부, 군대, 재벌 심지어 야쿠자까지 동원되어 체계적으로 아시아 각국을 약탈한 거야."


"정말 야마시타 골드를 믿는 겁니까?"


"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이 최대의 마약생산국이었던 것 알아? 무려 90%를 독점했어,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 마약을 푼거야. 그게 무슨 뜻이겠어?"

"대동아 공영권이니 내선일체니 오족협회니 다 웃기는 소리야. 처음부터 돈밖에 관심이 없었다고. 돈이 있어야 영토를 관리하지."   



패전 후 한반도에서 물러간 일제가 패전국임에도 독일과 달리 연합국, 특히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의견도 인상적이다.  



"음모론이라고 해도 좋아. 혹시 고다마 요시오라고 알아? 그자는 중국에서 그런 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나중에 자민당 성립에 크게 이바지했지. 더 놀라운 게 뭐냐면, M펀드라고 알아? 요쓰야펀드, 키난펀드ㅡ. 다 처음 들을거야. 그게 말야. 일본에서 미국에 바친돈 갖고 미국이 운용한 펀드야. 전후에 냉전질서 확립하고, 소규모 전쟁의 자금을 대고, 일부 우호적인 국가들을 지원하고, CIA의 공작 자금으로 두루두루 썻지.  그래서 전범의 재판 때 고작 몇 사람만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그친 거야."


"일본은 골든 이글 트러스트라는 작전을 세웠지. 결국 그 덕분에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 저지른 만행들, 그러니까, 강제징용, 위안부 동원, 전쟁 포로 학살 등이 모두 유야무야 넘어간 거야. 만일 이런 것을 진짜 밝히고 싶다면, 아시아 각국기 일치단결해서 일종의 공동체를 만들고 진상조사에 나서야 해."



해방 후 한국 정치 경제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한강의 기적이 박정희라는 지도자 개인기로 이뤄진 게 아니라며 거기에도 당시 국제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주인공의 시각에서 작가의 "만약" 역사관 전개도 흥미롭다. 일찍 개화한 일본이 조선의 개화를 요구하며 두 차례에 걸쳐 수신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수신사로 간 김기수와 김홍집은 방에 앉아 유교경전만 읽다가 왔다고 한다. 조선은 성리학 원리주의 국가에 불과, 세사잉 어ㄸ허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조선의 앞날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시들어가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묘한 쾌감을 준다. 저자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가위바위보조차 일본에게는 이겨야 한다는 정서가 먼저 발동해서일 거다.

 


미래사회에 대한 언급도 있다. "종교가 농업시대에 나왔고, 이데올로기가 산업시대에 나왔으니. 다음 정보화시대에는 그에 맞는 또 다른 사상이 나온다"고 보고 있다. 정치에 종교가 들어가는 순간 중동의 여러나라처럼 퇴보할 거라는 이야기는 납득이 된다. 그들은 앞으로 인류는  폴리티컬 토렉트니스political correctness로 갈 거라고 예견한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소수자를 보호하고, 외국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인정하고, 동성애에 관대하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국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UN의 설계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한류가 널리 보급되는 것을 문화적인 면만 봐서는 안된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 짧은 시간에 기적을 이룬 나라. 그 제도와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열망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제 한국이 만들어야 할 모델이 있는데, 민주주의다. 그리스에서 탄생해서 영미를 거쳐 도입된 민주주의를 신생독립국에 적용했으나 가장 성공적으로 이식에 성공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 제도를 다가오는 미래에 맞춰 새롭게 변화시켜야하는데, 그게 바로 한국의 과제" 라고. 이름하여 '4차 산업형 민주주의'다.  


 


재즈 칼럼니스트, 오디오 평론가로 유명한 작가 이종학이 본업인 추리소설로 돌아왔다. 배경은 일본 도쿄, 주인공은 남들만큼은 평범한 사고방식을 지닌 한국인으로, 직업은 일본 연구자다. 출장차 들른 도쿄에서 그는 우연히 바니걸 분장을 한 여성과 조우하게 된다. 한 여성에 대한 강렬한 영감에 이끌려 그녀를 따라간 곳에서는, 일본적 질서와 예의의 가면 안에 감춰진 암흑의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못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는 건 성인물(AV)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속 누아르의 세계는 곧 성상품화의 세계다.  



재즈, 재즈는 이 소설의 관절같다. 굵직한 덩어리를 연결시켜줄 때마다 재즈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 만난 쇼코라는 신비로운 여성, 소설 말미에 그녀의 신분이 밝혀진다. 좀 충격적이다. 쇼코, 하나 그리고 아내, 셋은 고교 동창생이다. 그시절 그들은 성을 상품화하고 유희로 삼은 적이 있다. 이후 한사람은 연예계로, 한 사람은 고급 콜걸로, 다른 한 사람은 주부로 길이 갈렸다. 



섹스에 대한 해석도 생경하다. 고대사회에서 무녀가 접신하는 방법으로 섹스를 했다는데,  그게 성상품의 원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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