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오래전 젊은 시절 읽었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육십이 되어 다시 읽을 일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베르테르의 격렬한 감정과 자유로운 영혼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젊은 날의 저를 사로잡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책장을 넘길수록 베르테르의 선택과 행동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추구했던 낭만적인 자유는 이제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니 안타까운 선택으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장면에서는 다른 의미로 절규했습니다. 죽음조차 눈물나도록 아름다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의 절절한 사랑과 고뇌는 죽음으로 승화되어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 육십의 나이에 만난 베르테르에서는 죽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미화될 수 없다는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베르테르의 자유로운 정신은 여전히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선택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 나이에 경험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 나이만이 느끼는 감성이 있습니다. 그 나이여야 더 가치있는 것들이 있는 거지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렇습니다. 절대로 올 것 같지 않은 나이가 되어 보니 예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주로 안타까운 것들이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늙으면 근심이 늘고 잔소리가 느는 것 같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계몽주의 시대의 이성과 합리주의에 반발하여 낭만주의가 대두하던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베르테르는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감정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사회적 규범에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자유는 때로는 과도한 집착과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베르테르가 추구한 자유는 영혼의 자유뿐 아니라 육신의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결국 육신의 자유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죽음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선택이었을까요, 아니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결과였을까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젊음의 열정과 사랑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지만, 동시에 삶의 의미와 자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베르테르의 비극적인 선택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젊은 시절에는 격렬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작품이었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 삶의 깊이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베르테르의 삶을 통해 우리는 젊음의 열정과 성숙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젊은 날의 감성을 자극하는 강렬한 작품입니다. 찬란한 표면과 불안한 이면이 부딪치며 출렁이던 시절,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것 같았던 날들을 지나와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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