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챙 Jul 07. 2022

믿지만 확인 한 번 해보겠습니다

Trust, but verify라는 말이 있다.

믿지만 확인해본다는 말이다.


원래 러시아 속담을 영어로 번역한 것인데,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 핵군축 논의를 진행할 때 자주 사용하던 말이다.




비록 핵군축처럼 중대한 문제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어떤 정보를 들었을 때

정확한 정보인지 한 번 더 확인해보고,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맡겼을 때

일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보는게 좋다.


상대방이 안다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매사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게 낫다.




사람을 만날 때도 확인 절차를 거치면 좋다.

특히 이제 조금 믿음직해 보인다 싶을 때

꼭 한 번 더 확인해봐야 한다.


말은 좋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 건지,

사랑한다고는 말은 하는데 하는 행동도 그러한지.

믿지만 확인하고 또 확인해보아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뒤통수 정도가 아니라

핵폭탄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7년 연애 끝에 아내와 결혼을 했다.


매일 아내를 더 알아가고 살아볼수록,

아내는 내가 첫눈에 알아본 것처럼

확인이 필요 없는 사람이지만,

아내는 나라는 인간을

조금 더 확인해봐야 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는 말은 남발하면서도

아침마다 아내가 삶아주는 계란을 받아먹기만 하고,

아직도 볼일 보고 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걸

자주 까먹는 나를 말이다.




한 달간 타 지역으로 파견 근무를 왔다.

그리고 나를 따라와 지난 2주간 나와 함께 지내주었던

아내가 오늘 집으로 돌아갔다.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아내의 빈자리가 쓸쓸하다.


냉장고에는 아내가 만들어 놓고 간 음식들이 한가득이고,

언제 어떻게 데워먹으라고 적어놓은

포스트잇들이 가지런히 붙어있다.


아내는 처음도 그리고 지금도,

그 사랑을 확인해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확인 없이 섣불리 나를 믿어준 아내의 선택이

옳은 선택일 수 있도록,

아내 대신 평생 내가 나 자신을 확인해야겠다.




아내가 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