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2
친구가 보낸 요가 지도자 과정 포스터 하나에 한 달 내내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은 드리시티 요가 센터에서 수업을 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먼저 SNS 계정을 통해, 지도자 과정을 고민 중인데 어떤 수업을 들어보면 좋을지를 문의했다. 큰돈과 시간을 함께 투자해야 하는 과정이다 보니, 지도자 과정을 진행하시는 김경석 원장님 수업을 꼭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하셨다. 금요일 저녁 8시 10분, 원장님이 진행하는 아쉬탕가 구령 수업이 있다고 하여 예약을 하고 들으러 갔다.
퇴근 후 회사에서 급히 나와 바로 공덕행 버스를 탔다. 미리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차가 밀리는 바람에 거의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요가원에 도착했다. 그래서 안 늦어서 다행이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수업에 들어갔다. 따듯하고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들렸다. 딱딱하지 않고 배려하는 느낌, 굉장히 부드러웠으며, 위트가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아쉬탕가 요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아쉬탕가 수업은 부드럽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빈야사나 힐링 요가와는 달리... 뭐랄까... 권위가 느껴지는 압도감 있는 구령으로 수업이 대부분 진행되었다. 아쉬탕가 요가 수업은 항상 같은 시퀀스를 반복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보다는 시퀀스에 맞춰 동작의 이름을 구령으로 불러주시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아쉬탕가 요가는 약간 수직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달까?
원장님은 권위적이지도 않았고, 위계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부드러웠지만 가볍지 않았고, 오히려 무게감과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뽐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실력과 여유랄까? 어려운 동작에 대한 설명도 일일이 세세하게 짚어주셨다. 1년 6개월 동안 다양한 선생님들께 아쉬탕가 구령 수업을 들었지만, 이렇게 부드러운 아쉬탕가 요가 수업은 처음이었다. 놀라웠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다녔던 여러 음악 학원에서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힘든 적들이 많았다. 피아노 선생님이 장구채로 손등을 친다던가, 플루트 선생님이 플루트 내부를 닦는 쇠막대기로 머리를 툭툭 친다던가 하는 행동들을 자꾸 반복했었다. 당연히 학원에 가기 싫었고 결국 그만둔 경험들이 있다. 사람마다 배우는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강압적인 스타일보다는, 부드럽게 동기부여를 시켜줬을 때 높은 효과와 효율로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이다. 드리시티 요가의 김경석 원장님은 왠지 이러한 내게 최적의 선생님 같았다.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그냥 좋아서 웃음이 실실 나온 적이 있는가? 원래 이런 건 연인 사이에 느껴야 하는 건데... 나는 왜 수업시간에 실실거리고 있는 걸까.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동작을 하고 있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내가 지금 요가를 하고 있어서 행복한 건지, 따듯한 목소리를 듣고 있어서 행복한 건지,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은 것 같아서 행복한 건지, 듣고 싶었던 수업을 듣고 있어서 행복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그 시간 동안 풍족하게 행복을 느꼈다. 원장님의 팬이 정말 많던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요가에 대한 실력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도 매력적인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지도자 과정에 등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 공덕이 생각보다 집에서 멀었고 회사에서도 가까운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도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평일 수련 시간을 채워야만 한다.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저녁 수업보다는 새벽 수업을 들어야 할 텐데 출근 전에 어떻게 왔다 갔다 하지? 집에서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지도자 과정을 해야 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원장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을 듣고 나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지역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1시간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 당연히 처음엔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힘들지는 몰라도 오늘 수업처럼 기분 좋게 배운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쉬탕가 요가를 좋아하지만 권위적인 느낌 때문에 약간의 거리감을 느꼈는데, 여기서 공부한다면 재미있게 아쉬탕가 요가를 앞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더 행복하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누워서 이완하는 사바아사나 자세를 취할 때가 되었다. 원장님께서는 "누워서 쉬게 되면 체온이 쉽게 내려갈 수 있으니 담요를 덮으세요"라며 따듯하게 말씀하셨다. 여기 참 잘 왔다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가서 원장님께 말했다. "원장님 목소리 듣자마자 지도자 과정에 등록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라고 이야기했고, 바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내가 등록하던 시점에는 6명 자리가 남아있었고, 다행히도 마감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선입금을 완료하고 등록할 수 있었다. 요가원을 나올 때 선생님이 웃어주면서 인사를 하셨는데, 남자가 남자에게 느끼면 이상한 달콤함을 약간 느껴버렸다...
2월 16일부터 시작하는 드리시티 요가에서의 지도자 과정. 이제는 정말 잘 듣고 제대로 마치는 것만 남았다. 힘든 여정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결심이 나에게 가장 큰 산 같았다. 큰 숙제를 해냈다. 큰 숙제가 여러 개 남아있지만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이 과정을 들으면 내가 더 행복해질 것 같다. 진짜 그런가는 몇 달 뒤면 알 수 있겠지? 요가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몇 달 동안 꽤나 고생하겠지만 열심히 배우고 수련하련다. 몇 개월 뒤에는 많이 성장해있겠지?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잘해보자 파이팅!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주 1회 콘텐츠 발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요가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시리즈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하단 링크)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 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