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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Apr 07. 2019

우리 함께 미소 짓고 다녀보아요

나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돌아다닐까?

내가 일하는 오피스는 강남역 근처에 있다. 평소에 강남역 거리와 지하상가를 자주 지나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지난주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인상을 팍 쓰신 채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점심시간에 강남역을 지나다니면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셨을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더라. 그 감정이 나에게도 넘어왔는지 나도 약간 기분이 안 좋아졌다.


문득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돌아다닐까 궁금해졌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 표정. 나도 평소에 인상을 쓰고 다녀서 나를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부터 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내 얼굴 표정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사람들의 얼굴 표정도 주의 깊게 쳐다보게 되었다. 과연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살고 있을까.


일주일 정도 관찰을 했다. 주요 활동 반경이 강남역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무표정이었다. 종종 인상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10명 중 한두 명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다니더라. 대체적으로 10명 중 5~6명은 무표정, 2~3명은 인상 쓴 표정, 1~2명은 웃거나 미소를 띤 표정이었던 것 같다. 강남역에 워낙 회사와 학원이 많다 보니, 일과 공부가 힘들어서 무표정과 인상을 쓰는 분들이 많은 것 같기도. 뭐 그냥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그 사람들도 인상을 쓰고 싶어서 쓴 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인상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웃고 있는 분들의 공통점을 뽑아보자면, 거의 통화를 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끔씩 그냥 혼자 미소를 띠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주 소수였다. 그분은 오늘 어떤 좋은 일이 있으셨던 걸까?


출처 :  unsplash


그렇게 얼굴 표정들을 쳐다보면서 신기하게 느낀 건, 내가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내 감정도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인상 쓴 표정을 보고는 나도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자꾸 인상 쓰다 보면 내 얼굴도 인상 쓰는 상으로 변할 것 같았다. 웃거나 미소를 띤 사람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도 기분이 좋고 나도 기분이 좋다. 무표정은 그냥 나도 무표정이 되는 것 같았다. 확실히 감정은 전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무서웠다. 웃거나 미소를 띤 사람들보다 무표정과 인상 쓴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 계속되면... 웃는 사람들이 줄어들 거니까.


그래서 하나의 결심을 했다. 나부터 좀 웃고 다니자. 웃는 게 조금 힘들 수 있다면, 그럼 미소를 짓고 다니자. 막 바보처럼 웃진 못해도,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입꼬리를 활짝 열고 미소를 지어보자. 그렇게 하루 이틀을 해보니 평소의 내 표정도 무표정에서 약간 미소 짓는 표정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잠깐 눈이 마주치면 더 미소를 지어본다. 그럼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더라. 자꾸 웃고 미소 지어 보면 내 얼굴도 더 익숙해지겠지. 아주 작은 변화지만 이 변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 미소를 짓게 만들면 좋겠다.


모르는 사람을 특정해서 쳐다보고 웃거나 미소 지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이 시대에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은 약간은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니깐. 워낙 뒤숭숭해서 시비 거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돌아다니면서 좀 더 밝은 표정으로 다니면 나도 그 미소로 감정이 좋게 변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도 그 미소를 보고 좀 더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 외국에서는 서로 눈 마주치면 ‘헤이’하며 기분 좋게 눈인사를 하기도 하지 않은가? 기분 좋게 인사를 하면 서로 기분이 좋아진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 하지 않는가.


그냥 돌아다니면서 내 표정을 한 번 의식해보자. 그리고 살짝 미소 지어보자. 누군가를 마주치거나 쳐다볼 때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띠어보자. 그럼 그 좋은 감정이 조금씩 사람들에게 퍼지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미소가 더 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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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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