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남 2년 만에 남자가 더 많은 요가 클래스를 목격했다!
요가하는 남자들이 늘어났다!
그냥 '늘어나고 있다'가 아니라 '확실히 늘었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가 현실이다.
얼마 전 요가 수업을 갔을 때 일이다. 점심시간 클래스였다. 수업 시간 5분 전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수련실에 들어갔다. 방에는 여자 1분, 남자 2분께서 자리를 잡고 수업 들으실 준비를 하고 계셨다.
오, 오늘은 남자분들이 좀 계시네?
요가 수업에서 남자분들의 숫자가 여자분을 넘어서는 일은 본적이 거의, 아니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유연성에 근력까지 많이 사용하는 아쉬탕가 요가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남자분들이 여자분들의 숫자를 넘어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올해 초에 내가 지도자 과정 들을 때만 해도 40명 넘는 수강생 중 남자가 5명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말이다.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으니 그러겠지.
분명 수업 시작할 때쯤이면 여자분들이 더 많이 오실 거야.
근데 남자분들이 더 많으면 진짜 이건 역사의 한 장면일 텐데...
내가 2년가량 요가하는 남자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수업 때 자꾸 남자분들의 숫자를 세게 되고, 생각보다 많으면 설레(?)하는 것 같다. 쓰고 보니 좀 이상해 보이는 것 같은데... 엄... 저 그쪽은 아니에요...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쯤, 정확히 남자 5분, 여자 5분이 계셨다. 와, 1:1의 숫자만 해도 정말 놀라웠다. 이제 요가원에 남자가 많아졌구나 생각했다.
수업이 시작한 지 3분 정도 지났을 때, 남자 2분께서 더 들어오신 것이다.
남자 7, 여자 5이라니, 나 왜 계속 숫자놀이하고 있는 거지? 백분율로 따지면 거의 60:40에 가까운 숫자 아닌가? 요가를 하러 왔는데 숫자에 이렇게 반응하는 내가 바보 같았지만, 남자의 요가를 전파하고 다니는 나에게는 뜻깊은 사실이었다. 요가하는 남자가 보다 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게 되어가는 게 보여, 국내 요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원래 요가하는 시간 동안에 자기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데, 자꾸 남자분들을 보게 된다. 요새 센터에 남자분들이 많아졌다 싶었는데, 보니까 몇몇 분들 빼고는 최근에 새로 등록하신 분들 같았다. 그분들은 모르시겠지만 나는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내가 요가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 수업에 남자는 나 혼자 또는 두 명이어서 괜스레 민망해하고 눈치를 보곤 했는데, 이제 남자가 더 많은 수업이 생겼다니 감회가 새롭다. 사진이라도 찍어서 브런치 메인사진으로 올리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자꾸 남에게 정신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분 정도 지나서야 내 요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수련을 마치고 개운한 마음으로 요가원을 나왔다.
요즘 TV에도 요가하는 남자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더라. ‘미운 오리 새끼’에서 임원희 씨가 요가를 배우고, 암 투병을 마치고 돌아온 허지웅 씨가 ‘나 혼자 산다’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모습까지 요가가 미디어에 종종 그리고 자주 노출되고 있다.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남자들이 요가하는 모습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을 것 같기 견고하게 닫혀있다가, 어느새 바뀌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인 것 같은데, 뭔가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가,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가 퍼지는 속도가 정말 빠른 것 같다. 요가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이미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요가하는 남자를 크게 어색하게 느끼시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남자 요가 선생님들도 이름을 많이 알리고 계시다. 내가 TTC(전문가 코스)를 들었던 스승님, 김경석 원장님, 제주도의 이효리 요가 선생님으로 유명하셨던 한주훈 선생님, 타우 요가 여동구 원장님, 요가쿨라 강경원 선생님, V&A의 서문식 선생님, 분당의 데이브 선생님, 족장님 닉네임으로 유명하신 정세준 선생님, 그리고 요가 유튜버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계신 요가 소년 님 등까지 남자 요가인들의 저변이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썼던 글이나 활동들이 조금이라도 이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게 뿌듯하다. 남녀 모두에게 요가가 자연스러운 운동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 뿌듯하다. 서로의 배려 속에서, 곧 우리나라의 수많은 남자들이 요가원에 당당히 들어가는 날이 올 테고, 여자분들도 남자분들이 있는 것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다.
아직은 한정된 요가 스튜디오, 남자 수련자가 많은 아쉬탕가 요가 등에만 국한된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요가가 여성의 운동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 누구나 남녀노소가 접할 수 있는 심신 케어 수련법으로 받아들여지는 미래를 그려본다.
다 쓰고 보니, 너무 남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남자를 좋아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요가원에 남자가 왜 이렇게 많지?’라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