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우리 동네 편의점은 꽤 넓고, 라면이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넓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점장님이 안팎으로 식물을 많이 기르셔서 마치 정원 같은 느낌도 듭니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운동하기도 어정쩡해서, 어머니와 같이 와서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시며 대화도 나눴습니다.
비가 오면 그 분위기 때문인지 감성 모드 스위치가 켜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비 오는 날이 평소와 달리 느껴지는 건, 빗소리, 냄새, 습도, 어둑한 밝기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특히 비 냄새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이 냄새 중 꿉꿉하고 독특한 냄새들(아마 비오는 날의 전형적인 냄새를 기억하실 겁니다)은, 땅에 있던 미생물이나 동식물이 분해된 잔여물이 비 때문에 공기 중으로 비산되면서 우리 후각에 도달하면서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만 일종의 시체 냄새라고 할 수 있을텐데도, 저는 이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편안해서 좋아합니다.
사실 비 오는 날만 놓고 보면, 우산을 들어야 하고, 신발을 적신 물에 양말까지 축축해지곤 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내리는 비가 기분 좋게 느껴지는 걸 보니 확실히 제 컨디션이 좋은 모양입니다.
이 글 읽으시는 분들도 편안하고 여유롭게 명절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