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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Jan 20. 2022

한강,이라는 소설가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

그새 표지갈이를 했다. 



그럴줄 알았다. 나오자마자 사두었는데 이제 읽기 시작했다. 잡으면 놓지 못할 줄 알았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줄 알았다. 별 일(사건)이 없고 잔잔하게 흐르는 데 숨이 턱턱 막힌다. 문장에 스민 기운이라는 게 있다. 사람을 압도하는 쓰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한강의 글쓰기에는 있다. 소설가의 특권이라 말할 수 있을까?



작가 한강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강이기 전부터 읽었다. 그시절엔 누군가가 한강을 알아주길(읽어주길) 바랐다. 아니 마음 한켠에는 나만 숨겨두고 꺼내 읽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지금의 한강이이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쓰기는 처음부터 남달랐다. 글에 담긴 기운은 결국 '존재'(실존)의 문제다. 모두가 그럴 순 없다. 한강 자신은 괴로울 수도 있겠지.



누군가의 영매가 되어 쓰는, 특권이자 숙명을 떠 안은 글쟁이가 있다. 글쟁이 생에 어떤 순간 혹은 몇 권의 책이 그럴 수 있다. 압도당한 글쓰기, 압도하는 글쓰기, <소년이 온다>가 그랬다. 소설을 읽다가 몸이 떨리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게 아니라 몸이 떨렸다. 이 책도 심상치 않다. 마저 읽으려니 겁난다. 소설을 앞에 두고 겁을 먹다니. 한강의 어떤 글은 스스로를 소진하며 쓰는 듯 하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한강이 오래도록 건필하길 빈다. 


한강은 그런 소설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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