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를 없애고 주름을 펴준다.
지난 2002년 대한태교연구회 창립 3주년 기념 심포지움이 서울 의 한 호텔(타워호텔)에서‘태교와 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자료를 살펴보다가 한양대의 이효지· 생활과학대 교수가 ‘우리문화와 태교’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에 주목하게 되었다.
. 이 교수에 따르면,‘경기도 강화와 김포, 황해도 연백의 특산물인 순무씨로 만든 죽이 임신한 왕비나 병환으로 고생하는 왕대비에게만 공급하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순무는 五臟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기를 늘리는 식품일 뿐만 아니라, 순무짠지와 순무짠지무침은 입덧에도 좋다’고 한다. 아삭아삭한 순무만 먹는 줄 알았지 순무씨를 이렇게 귀하게 쓰는 줄은 몰랐다.
순무씨는 왕실에서 숨겨놓고 자기네들끼리만 먹었다고 전해진다. 왜 그랬을까? 약식동원을 주장하는 옛사람들이 귀하게 이용한 식료는 우선 동의보감을 살피는 내 습관대로 동의보감을 살펴본다.
동의보감에서는,‘쉰무우 혹은 순무의 씨를 만청자(蔓菁子)라고 하는데, 성질은 따뜻하다. 만청자는 기(氣)를 내리고 눈을 밝게 하며, 몸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黃疸)을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특히 쪄서 볕에 말려 오랫동안 복용하면 장수할 수 있다’라고, 만청자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순무에 관한 기록도 있는데,‘순무인 만청(蔓菁)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주로 오장의 기운을 잘 통하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시키며 기를 내리고, 황달을 치료하며, 몸을 가뿐하게 해주며 기운을 더해 준다. 순무는 사계절 모두 있으며, 봄에는 싹을, 여름에는 잎을, 가을에는 줄기를, 겨울에는 뿌리를 먹는데, 흉년(凶年)을 대비하는 구황식물로 가장 유익한 채소다. 뿌리가 땅속에 있어서 겨울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다가 봄이 되면 다시 싹을 틔운다. 늘 먹으면 살찌고 튼튼해진다. 여러 채소 중에서 순무는 유익(有益)할 뿐 해(害)가 없어 마땅히 오래 먹는데 가장 좋다’라며, 순무의 효능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동의보감의 모발병 단방약 부분에서는,‘ 만청자(蔓菁子) 기름을 짜내서 머리에 바르면 파뿌리같이 허연 산발(蒜髮)을 검게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희끗희끗하기만 해도 머리를 산발이라 한다’라며, 만청자의 효과를 기록하고 있다.
만청(蔓菁, 순무)
[乳] 유옹으로 아프고 추워하다가 열(熱)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순무와 그 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소금을 넣고 짓찧어 붙인다. 더워지면 바꾸어 붙이는데 세번에서 다섯번 하면 낫는다[본초].
만청자(蔓菁子, 순무씨)
[身形] 오랫동안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고 오래 살 수 있다. 아홉번 쪄서 아홉번 햇볕에 말려 가루낸 다음 한번에 8g씩 하루 두번 물로 먹는다[본초].
[面] 기름을 짜서 면지(面脂)에 섞어 바르면 검은 기미가 없어진다. 또한 보드랍게 가루를 내어 면지에 섞어서 얼굴에 늘 바르면 주름살이 없어진다[본초]. [註] 면지(面脂) : 얼굴에 바르는 크림의 일종인데 거기에 들어간 조성과 만든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黃疸] 급황, 황달, 황달이 속으로 들어가 배에 뭉쳐 잘 통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보드랍게 가루내어 8-12g씩 물에 타 먹으면 반드시 설사가 나면서 궂은 것[惡物], 누런 물, 모래, 풀, 털 같은 것들이 나오고 낫는다[본초].
[肉] 살찌고 건강하게 한다. 순무씨를 쪄서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낸 다음 8-12g씩 술이나 미음으로 먹는다. 순무로 국을 끓여 늘 먹는 것이 좋다[본초].
[毛髮] 눌러서 기름을 내어 머리에 바르면 마늘뿌리처럼 희어졌던 머리털도 검어진다. 요즘 사람들이 반발(斑髮)이라고 하는 것은 산발(蒜髮)을 말한다[본초].
[脹滿] 명치 아래가 불러 오르는 것을 치료한다. 1홉을 잘 짓찧어 물 1되에 넣고 간 다음 걸러서 즙 1잔을 받아 단번에 먹는다. 그러면 저절로 토하거나 설사하거나 땀이 나고 뱃속이 시원해진다[본초].
[眼] 청맹(靑盲)을 치료하는데 눈이 밝아지게 하며 환히 볼 수 있게 한다. 눈동자가 상하지 않았으면 열에 아홉은 나을 수 있다. 순무씨 6되를 찐 다음 그 가마의 더운물을 쳐서 햇볕에 말리기를 세번 하여 가루를 낸다. 한번에 8g씩 하루 두번 술로 끼니 뒤에 먹는다. 또는 순무씨 3되를 식초 3되에 넣고 삶아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내서 한번에 4-8g씩 하루 세번 깨끗한 물로 먹는데 다 먹고 나면 밤에도 볼 수 있게 된다[본초].
이쯤에서 강화도의 특산, 순무를 설펴보자. 고종이 서구열강의 침략에 대항하고자 강화도 갑곶에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사관학교를 세웠고, 이와 관련하여 1893년 영국의 콜웻이 순무 씨앗을 가지고 들어와 재배하면서 우리나라의 전통 흰 무(이 순무는 제갈공명의 순무와 겉모양 특징이 같아서 전통인지는 잘 모르겠다)와 자연교배가 되어 전 세계에서 유일한 품종인 강화순무가 탄생했다고 한다. 여러 기록에는 천 년 전 부터 강화에 순무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분명한 것은 강화에는 아주 특별한 강화순무가 있다는 것이다.
순무씨의 영양성분은 조단백질 26.3%, 조지방질 37%, 조회분 31.7%, 탄수화물 5.0%이다. (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순무씨는 기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들기름처럼 압착 또는 추출해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문헌에 덕힌 순무씨 기름 짜는 방법으로는 순무씨 9되와 참깨1되를 섞어 볶은 다음 가루 내어 짠 기름을 ‘순무씨 기름’이라 하며 한자로는 만청자유(蔓菁子油)라 한다..
압착법으로 얻은 순무씨 기름의 지방산 조성 분포를 보면 포화지방산 14%. 불포화지방산 40%, 확인되지 않은 지방산 45.1% 이다. (출처: 한국식품연구원)
확인된 지방산 종류
팔미트산(palmitic acid) 2.3%,
올레산(oleic acid) 18.6%,
리놀레산(linolic acid) 14.4%,
리놀렌산(linolenic acid) 7.8%,
아세트산(arachic acid) 11.2%
(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순무씨기름의 산화 안정성은 일반 대두유보다 높고 참기름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화 안정성이 낮을 수록 시간이나 온도에 따라 품질이 빨리 저하될 수 있다.
알려진 순무씨의 효능은 순무의 효능과 비슷하다.
1. 간겅강 간질환에 도움 – 간손상억제 효과
순무씨도 순무와 마찬가지로 급성 간손상을 억제 효과가 있는지 여부의 연구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졌고, 상당한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또한 만성 간손상 즉 간암과 간경변증에 대한 동물실험도 있었고 유의미한 결과도 있었다.
주목할 것은 순무, 순무청, 순무씨의 단독 투여군보다 마늘이나 고추, 생강 등을 같이 투여한 경우 효과가 더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민간에서는 순무잎과 순무씨가 항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2. 기력 회복에 이용할 수 있다.
채취한 순무씨 한홉을 삶아 3회 이상 말려 가루를 내어 쌀과 함께 죽을 쒀 먹는다. 이는 동의보감 “살찌고 건강하게 한다. 순무씨를 쪄서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낸 다음 8-12g씩 술이나 미음으로 먹는다.”를 근거로 한다.
3.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눈을 밝히며, 황달에 좋다
동의보감에 순무씨는 “성질이 평범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노인성 백내장 등의 보조식품으로 이용가능하다.
4. 주근깨 등 피부 상태를 개선하는데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 “기름을 짜서 얼굴에 바르면 기미나 주름살이 없어진다. ”는 기록이 있다.
5. 발모 또는 탈모 개선 용도로 먹거나 이용하는 분들이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머리에 바르면 머리카락을 윤택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원형탈모증이 있는 분들 중 으깬 순무씨를 소량의 소주에 섞어 증상이 있는 부분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돋아난다고 믿는 분들이 있다.
매년 순무의 계절이 되면 순무와 순무씨 기름에 대해 정리해야지 마음먹고는 한해, 두해를 넘겼다. 해마다 조각조각 정리해 놓은 글을 우선 정리했다. 강화순무의 쓰임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강화에서는 순무 김치, 동치미, 차, 기름 등으로 이용하고 나는 순무로 스프레드를 즐겨 만든다,
사진의 순무는 강화 농부 김남중 선생님 순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