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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Feb 04. 2021

클로드 모네 <까치>

with 눈 위에 쓰는 겨울 시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 눈위에 쓰인 겨울 시 / 홍시화 



 

빛이 사물에 닿는 매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위대한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겨울을 사랑했다. 새 하얀 눈을 비추는 빛이야 그저 눈부신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 순간에도 모네는 빛의 변화를 탐색했고, 따라갔고, 포착했고, 작품에 담았다. 과연 인상파의 창시자답다. 모네는 모든 풍경화의 대가였고, 겨울 풍경화에서도 그러했다. 그는 생전 100여점이 넘는 겨울 그림을 그렸는데, 그 유명한 <건초더미>나 아르장퇴유를 배경으로하는 많은 작품들에서도 겨울테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까치>도 그 중 하나다. 사실, 작품 이름이 <까치>라서 울타리에 잠시 앉아 쉬고있는 까치 한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지, 다른 작품이었으면 그 조차도 몰랐을 것 같다. 보기엔 그저 평범한 눈 쌓인 겨울 풍경일 뿐이다.


클로드 모네, 까치 (The Magpie), 1868-1869, 캔버스에 유화, 오르세 미술관


그러나 평범한 겨울 풍경도 모네의 손끝을 거치면 명화로 탄생한다. 이 작품이 더욱 감상적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모네의 특별한 '기술'에 있다. 그것은 사진처럼, 실제처럼, 눈으로 보는 것 처럼 사실적으로 풍경을 재현한 "그림자"에 있다. 눈이 쌓인 풍경은 누구나 많이 보았을 것이고,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하얗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하얀색이라고 다 같은 하얀색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하얀 눈 위의 그림자는 보통의 그림자와 다르다는 것을 포착한 것이 클로드 모네다. 


모네는 르누아르 등 동시대 인상주의 화가들과 빛의 변화에 대해 논의했고, 야외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대상에 반사되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다. 강이나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물 표면에 반사되는 빛과 빛에 따라 달라지는 물체의 색체까지도 말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이 반사하거나 또는 다른 이웃하는 물체의 색에 따라서 대상의 색이 다른 색으로 비춰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 작품이 바로 <까치>다. 순백의 눈은 누구나 아는 하얀색이지만 땅과 나무, 건물 등의 색에 의해 다른 색으로 비춰진다. 이는 한때 르누아르가 언급한 것으로, 르누아르는 '자연에 순백은 존재하지 않는다. 눈 위에는 하늘이 있고, 하늘은 푸른색이다. 눈 위에 비치는 이 푸른색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당사자는 겨울을 가리켜 '병든 자연같고 곰팡이 핀 풍경' 같다고 폄하했지만. 


르누아르의 이 깨닳음을 모네는 화폭에 실현시켰다. 눈에 비친 물체들의 그림자를 잘 보면 그 색이 검은색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그림자는 검은색'이라는 보편적인 생각을 뒤엎은 르누아르의 '푸른색 그림자'의 실사화다. 모네는 대상이 눈 위에 빛을 받아 반사되면 푸른 색의 그림자를 띈 다는 것을 포착했고, 이를 작품에 실현시켰다. 때문에 <까치>는 모네와 르누아르가 연구한 빛의 반사와 색체 변화가 집약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거리를 하얗게 물들여도 눈은 곧 녹고만다. '눈 위에 쓰인 겨울 시'에서 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던 그때의 그 느낌은 남아있다. 시는 지워졌어도 그 자리의 추억은 영원하다. 모네가 바라 본 저 곳의 풍경과 까치 한 마리 또한 그렇게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까치>는 모네의 그 시간, 추억을 끊임없이 되돌리며 지난 겨울 풍경의 잔상을 남긴다.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다.
- 폴 세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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