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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본 May 17. 2020

심리상담을 받다

3. 눈물의 의미

일을 새로 시작하고, 급 이사를 하게 되면서 바쁘고 피곤하여...이번주 상담은 가지도 못하고, 

지난주에 받았던 상담 내용을 이제야 쓰고 있는 나다.

어쩌겠는가.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아직 짐 정리가 덜 끝나서 편히 앉아 글을 쓰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이 상담은 세번째 - 지난 5월 8일에 했던 상담이다. 



1. 불안함의 원인


나는 항시 불안하다. 너무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매주 또는 매 달, 혹 매 년 자자란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위해 나를 몰아세워 한시도 내 생각을 비우지 못하게 한다. 목표로 하는 일이 없으면 나는 너무 불안하다. 불안한 마음이 커지면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엄습한다. 


"70대가 되었을 때 폐지를 줍고 있으면 어쩌지?"

"내 곁에 고양이들마저 없게되면 나는 살 수 있을까?"


어쩌면 당장 걱정할 것도 아닌 일들로 나는 매 순간 불안감에 편치 못하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작년 사기를 당해 10년간 이뤄온 모든 일들이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나의 불안감을 극도로 커져버렸다. 본래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는 나인데. 항시 계획대로 삶을 사는 나인데. 그 계획에서 한 참이나 벗어난 사기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나는 극도의 불안감, 자존감 결여, 자신감 결여 등 온 갖 부정적인 모든 것을 겪고 있다. 


내가 쉽게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거기엔 엄마의 영향도 있다. 엄마 역시 항시 불안해 일을 쉬지 않는 성격인데, 그것을 투영한 나도 그러하다. 뿐 아니라, 엄마에게 한 참 의지하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영역 울타리(나와 부모님, 동생들)과 엄마의 영역(남편과 자신들 + 시댁, 친정 등 식구들) 울타리가 달라 나는 안정과 평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평생 불안감 속에서 -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불안하다.


2.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모든 사람든 사랑받을 이유가 있고, 그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 건강해진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부모가 학대를 하거나 방치한 것은 아니다. 하루종일 해도 모자른 밭일을 해야 했고, 병든 시부모와 시조부를 모셔야 했던 그들이기에 자식들에게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해한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 은연중에 충분히 관심과 사랑속에서 자란 친구들을 나는 질투하고 부러워했다. 나도 평범한 집에서 자랐다면 더 잘되지 않았을까. 사랑과 관심을 더 받고 자랐으면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쭉 생각했다. 


충분하지 않은 사랑과 관심, 돌봄으로 나는 극도의 불안을 떠안고 살아왔다. 그리다 위기를 겪고 거의 자멸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어떤 사람들은 위기를 겪고도 잘 극복하는데, 나는 참 그게 힘들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쉽게 회복회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지만 참, 가슴으로는 어렵다. 내가 과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지. 내가 과연 사랑받고 있는 것인지. 나의 불안. 그것은 부족한 사랑 그곳에 있었다.


3. 눈물의 의미


상담시간 50분 중 최소 10분은 울고 있다. 답답하고 화가나고 슬프고 힘든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눈물부터 나온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눈물이 많았다. 누구말라고는 툭 치면 울고, 이름만 불러도 울고, 말만 시켜도 울었다고 한다. 대체 왜 그랬을까. 나는? 


상담 후 나는 알게되었다. 나는 화내야 할 순간에도 울고 있다고. 싫다고 거절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울기부터 한다고. 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왜 눈물부터 나올까? 왜? 그것은 내가 거절하지 못하고, 거부하지 못해서 싫지만 수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좋게 말해) 마음이 약해서 (나쁘게 말해) 바보같아서, 말하지 못하고 눈물로써 싫은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다. 싫은 소리를 들으면 받아 쳐야하는데, 부당하게 시키는 일에 "No"라고 거절해야하는데 나는 참, 그걸 못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몫을 챙기지 못하고, 어디까지 내 권리이고 영역인지 강하게 말하지 못해서 사기같은 일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그 권리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다고. 참, "착한 멍청이"다. 


비록 내가 '착한 멍청이'라서 거절도 잘 못하고, "예스맨"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바뀌어야 할 때다. 당장 180도 바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이상 내 몫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금씩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나쁜년이 되기로 - 사실, 나쁜년이 나쁜년이 아니니까. 엄마처럼 더이상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고. 조금 용기를 내어보는 시간이었다. 


4.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모든 일에 선행되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좋아해야 가능하다는 것. 나는 내가 좋아야 뭐든 일을 즐겁게 하고, 또 그것이 죽도록 힘들어도 반드시 해내고 마는 성격이다. 좋아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어느정도는) 잘 해냈다. 그러나 그것이 사기사건을 겪으며 무너지고 말았다. 계획된 모든 일이 송두리째 부서지고. 나는 의문만 갖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게 있기는 할까?

"내가 잘하는 것도 사실 남들도 잘해. 나는 너무 부족해."


그러다보니 사기도 꺾이고, 자신감도 잃고. 결국 자존감도 낮아져 한없이 불안과 우울한 상태로 매일을 살게 되었다. 가끔씩 힘을 내보지만 근본적인 에너지 결여는 해결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조금 용기를 얻었다. 사기는 사기이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사기와 관련없으니 둘을 분리시킬 것.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어디 가지 않으니, 사기 당한일에 너무 생각을 기울이지 말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더욱 더 매진할 것. 나는 아이디어도 많고 반짝이는 능력도 강하며,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매우 잘 통제하는 성격이니,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 된다고. 비록 사기 사건으로 힘들었지만 자양분이 되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좋은 말들이고 힘이 되는 말들이다. 이 말들이 100%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말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능력이 있어서 폐지 주울 일을 없겠지만, 지금처럼 내 것을 제대로 못 챙기면 폐지 주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 능력을 의심하기보다 내 몫을 못챙겨 내 것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아무래도 내가 지금부터 가장 신경쓰고 주의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번 상담은 지난 두번의 상담보다 나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은 시간이었다. 

내가 나를 인정해 주지 못하면 누가 날 인정해 줄까?

도망가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앞을 보고 걸어가야 할 이유를 조금은 알게되었다.

확실히, 부정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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