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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Mar 30. 2020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는 방법

부모님의 집 (2)

날씨가 포근해졌다. 산책을 일 2회로 늘려 낮에는 책을 읽고 저녁에는 열심히 뛰다 달리다 했다. 공원은 어느새 놀이동산 같았다. 남녀노소 모두 나와 봄을 맞이하다 보니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오래 머무는 것도 힘들어졌다. 여기에 각 교육기관의 개학 연기가 4월 초로 밀렸고 일부 온라인을 통해 강의가 이루어졌다. 기관 중 일부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터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강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그렇게 내 공간과 상반되게 온라인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과 사건이 휘몰아쳤다. 


적막한 방안. 냉장고를 거의 비우고 나자 부모님의 집이 그리워졌다. 4월을 코앞에 둔 달력을 살펴보니 일주일 정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벼락치기 하듯 일정을 해치웠다. 제출하고, 온라인을 통해 미팅하고 소통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부리나케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집에 잠시도 앉아있지 않았다. 온 집안을 휘적거리고 다니며 상대적으로 탁 트인 공간을 만끽했다. 


갑자기 이것저것 먹은 게 잘못되었던 걸까. 아랫배가 알싸했다. 화장실 몇 번 들락거리면 될 것 같아 어김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눈을 뜨니 부모님이 나를 보고 소리치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부모님은 구급차를 불러야겠다며 부산스럽게 움직였고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거실로 비척비척 나갔다. 급체나 배탈이 난 것 같다고 했는데 부모님은 기어코 구급차를 불렀다. 눈앞에 구급차를 보자마자 왠지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부모님을 비롯해 구급대원에게도 왠지 미안해서 발 빠르게 움직여 구급차에 올라탔고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다. 


병원 응급실은 조용했다. 나는 거기서도 폐 끼치는 기분이 들어 검사에 바른 자세로 임했다. CT 촬영, 피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잠시 누워 수액을 맞았다. 응급실에는 보호자가 한 명씩만 들어올 수 있어서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가며 옆에 있었다. 엄마가 잠시 나가 통화를 하는 중 아빠가 들어왔다. 전에 엄마가 수술을 받았을 때 엄마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잠자코 수액을 바라보다가 시답잖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의 콘텐츠

- 왓챠 / [고백부부]

- 넷플릭스 / <매기스 플랜>



이 글은 대부분 사실에 기반하나, 특정 인물 및 상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 상상력을 동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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