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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13. 2022

파도가 철썩철썩

다짐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매일 똑같은 건 당연하다. 게다가 그 일상은 유혹도 많아 무너지기 쉽다. 어떤 때는 하루 이틀 널브러져 있는 익숙한 기분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있다가 문득 느끼는 자괴감이라는 게 파도처럼 밀려올 때도 있다. 크고 작은 파도는 언제나 존재한다.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어디까지 파도에 젖었는지 살필 수 있는 때가 있다. 반면, 대책 없이 파도에 쓸린 자국을 그대로 두는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 제때 털어내지 못한 모래와 염분이 꽤 오래 남을 수도 있다. 


때를 잘 맞추면 바닷길이 열리는데, 평소 준비했다면 바다가 허락한 시간 동안 성큼성큼 걸어 나갈 수 있다. 준비라는 게 생각보다 별게 아니다. 물이나 돗자리 같은 것들을 준비하지 못했어도 몸이 앞설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이 없어도 우선 다녀와야겠는 간절함이나 즐거움이 있다면 그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중간에 필요한 물건이 생각나 다시 돌아오기도 하겠지만 멍하니 바라보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고. 아예 바닷길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을 땐 비슷한 길을 찾아 가보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우 미디어에서 본 그대로 혹은 상상 그대로 경험하기란 참 어렵다. 첫 해외여행은 프랑스였다. 당시 친구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중이어서 운 좋게도 기숙사에 머물며 지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함께 파리를 구경했는데 마침내 만난 에펠탑은 그저 그랬다. 감탄사 대신 '이게 에펠탑이구나'하는 사실만 떠올렸을 뿐이다. 오히려 셰익스피어 서점과 한 성당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루브르 박물관 입장을 위해 줄 서있다가 뛰쳐나와 마지막으로 서점을 한번 더 들렀다.


모든 준비를 했을 때 원하는 기회를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미리 각종 예약을 하고 가는 여행에서조차 그런 기회를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꾸준히 비슷한 상황을 만나거나 원하는 기회가 보일 때 서슴없이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 마음이란 게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려도 몸까지 허우적거리지 않게 하고 싶다.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 때 그건 해야만 하는 거라고 다독이는 단단함을 쌓으려 오늘도 글을 쓴다. 동생이 선물한 귀여운 무선 키보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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