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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15. 2022

무소식이 희소식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 소식이 없으면 좋은 소식이라는 의미인데 혹 간절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버텨낸 누군가가 떠올린 말이 아닐까? 문득 떠오른 이 문장의 의미를 상기시켜준 것은 동생이다. 동생은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바로 말하지 않는다. 혼자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스무 살이 넘으면서 불쑥 감정을 소화하던 중 메신저를 보내거나 드물게 전화를 걸어온다. 


주변에는 몇 번 곱씹고 말할지 몰라도 당장 화가 나서 가라앉지 않을 때 내게 말을 건다. 처음 몇 번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심각하게 받은 적도 있다. 물론, 심각하게 들어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화르륵 불타올라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모욕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게 몇 번 반복되어 적응하자 한참 소식이 없으면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여긴다. 그러다 연이어 메신저로 연락을 이어갈 때면 고민 중이구나 하게 되었다. 


어떤 날은 한 번의 긴 통화, 이어진 몇 번의 메시지가 있었다. 다른 날 같으면 다짜고짜 공감해주었겠지만 잦은 소식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거니까. 몇 번 다시 읽고 물어보고 나서야 말할 수 있었다. 그럴 때면 가족으로 만난 사람 중에 내게 동생이 가장 의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확신하는 문장으로 끝맺음하지 못하는 건 아직 우리가 살 날이 많아서다. 나는 꽤 건강히 오래 살고 싶어 하는데 가족이란 관계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 않나.


요즘 동생은 무소식이다. 생일 간격이 9일밖에 나지 않는 우리는 축하한다는 말과 선물을 주고받는 것 말고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조만간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무소식이었으면 좋겠다. 아, 소식이 있어서 말하는 것도 괜찮다. 말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그렇게 무탈하게, 잠 잘자면서 지내다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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