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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Sep 06. 2022

아이에게는 많은 어른이 필요하다

돌아보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친구의 아이는 자란다. 외부인을 보면 엄마 곁으로 달려가 한참 경계를 풀지 않았었다. 이번엔 지난번에 만났던 게 생각났던지 테이블 하나를 두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미소를 짓고 있다. 키즈카페를 갈까 하다가 내일부터 비 소식이 있어 바깥공기를 한번 더 마셔보기로 했다. 놀이터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한참 유모차 위에 머물던 아이는 음료와 과자를 먹으려 벤치 위에 잠시 쉬는 사이 주변을 살폈다. 지나가는 자동차와 씽씽이를 타고 지나가는 어린이, 산책하는 강아지를 본다. 


아이를 바로 앞 게이트볼 공원으로 불렀다. 잠겨있는 문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라바콘을 건드려보기도 하고 공원을 둘러싼 철망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곳곳을 두드려가며 다른 소리가 나는지 귀 기울였다. 유모차와 가까운 곳만 맴돌다 바로 앞 산책로까지 기웃거렸다. 특히 아이는 조금 먼 곳의 풍경 보기를 좋아했다.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면 감탄했고, 조금 바쁜 듯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는 위쪽에 있는 산책로로 이동했다.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는 마음껏 구경하고 소리 질렀다. 동네 주민들이 운동하고 있으면 힘차게 달려가(라고 썼지만 '도도도' 수준이었다) 근처에서 구경했다. 사람이 가고 나면 운동기구에 앉아 비슷하게 따라 했다. 심지어 맨몸 운동을 하는 곳에 올라가 뛰어난 코어를 보여주었다. 어디선가 본 게 있었는지 운동기구마다 다가가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살살 뛰어다니기도 하고 제자리 뛰기도 하고 살짝 올라와있는 보도블록을 오갔다. 아이는 유심히 보다 곧잘 따라 했다.


주변에 앉아 계시던 동네 주민들은 그런 아이를 지켜보며 종종 박수를 쳐주셨다. 응원을 받은 아이는 더욱 힘차게 뛰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놀이터가 보였지만 지금 아이는 그저 작은 걸 같이 보고 감탄할 사람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았다. 어쩐지 그런 아이를 보며 신난 건 우리였다. 우리에게는 찰나였지만 아이에게는 꽤 길게 남은 시간이었다.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어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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