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베리 Aug 29. 2020

피해자 A씨와 연대합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 : 잘 버티고, 또 버티기

사실, 괜찮지 않았다. 긴장이 풀렸는지 몸이 축 늘어졌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수많은 짐이 모두 쓸모없다고 느껴졌다. 버리고 분리수거하는 일에만 매진했다. 좋지 않은 몸과 마음이 지속되고 있던 중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실종 뉴스를 접했다. 실종이라니. 왠지 쎄했다. 쎄하다, 는 건 평생 겪고 본 사건의 데이터가 쌓여 발휘되는 직감 같은 건데 그게 살아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되자 상황은 심각해졌다. 모든 채널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에 대한 사실과 예측이 뒤엉켜 나왔다. 온라인에는 그가 산으로 향한 결정적인 이유라며 당시 근거 없는 지라시가 돌았다. 그러던 중 눈에 띈 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A씨가 그를 성폭력 가해자로 고소한 것. 익숙한 풍경이지만 달랐다. 그때는 너무 놀라서 직후에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안희정 모친 장례식에 많은 정치인들이 직접 인사하거나 인사를 보낸 모습을 보면서도 화가 났는데. 범죄자여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던 걸까, 재수 없게 걸려 범죄자가 된 그를 공개적으로 위로해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일까. 여기에 N번방을 주도한 가해자와 가족의 뻔뻔한 행태까지. 여러모로 견디기 힘든 한 주였다.  


온라인에서는 소설 속 한 문장에 공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수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피해자 A씨의 입장 전문을 보는 순간 그런 논란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당장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초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순간을 곱씹고 있지는 않을지. 가늠할 수 없는 권력 앞에서 제대로 숨 쉬고 있을지, 부디 잘 버티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금주의 콘텐츠

드라마 <나기의 휴식>

이 무더운 여름, 나기의 휴식을 지켜본 시간이 헛되지 않아 즐겁다. 앞으로 나기가 맞이할 여러 번의 휴식도 이제는 걱정 없이 지켜볼 수 있으니까.


영화 <올드 가드>

그 눈빛 몸짓 목소리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은 게 없어.


*콘텐츠 추천은 @pberry_watchlog

빌라선샤인 뉴먼소셜클럽 글쓰는 페미니스트 2 두 번째 글


작가의 이전글 8월 3주차 돌아보기 (8월 17일 ~ 8월 23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