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차를 쓰겠다 한다. 나는 가능하면 아이가 차를 운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엄마도 내일 차를 써야 하는데.. 꼭 차가 필요해?" 하고 묻는다.
아이는 좀 먼 데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고, 저녁에는 풋살도하러가야 해서 버스로 이동하기는 힘들다 한다. 아무튼 차가 꼭 필요하다는 데야 어쩔 수 없어 차를 빌려주기로 하고 아이를 위해 단기운전자 보험을 들면서 한 마디를 흘린다.
"엄마도 먼데 가야 하는데.."
아이가 묻는다. "먼 데 어디?"
나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응, 천안!" 하고 대답한다.
아이는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에 마음이 들떴는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 천안 언제 가?"
"천안? 으응.. 그냥..12시 이전에만 가면 언제든 상관없을듯한데.."
아이가 자꾸만 나의 행선지에 관심을 갖는 건 엄마차를 본인이 쓰게 됨으로써 엄마가 불편해지는 게 미안했던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불쑥 고백을 한다.
"엄마, 실은 나도 천안에 가거든. 내가 가는 길에 엄마 데려다 줄게요"
아뿔싸.. 이제와 안 가도 된다고 하기엔 의도가 빤히 보일 것 같고 모양도 빠질 것 같고..ㅠ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길을 따라나선다.
구체적인 행선지를 묻는 아이에게 "천안 터미널!" 하고 대답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달리 아는 곳도 없지만 여차하면 시외버스 타고 되돌아와야 하니까.. ㅋㅋ
왠지 여러모로 재밌는 하루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