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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Oct 12. 2024

복자씨의 별사탕

은수와 은석의 이야기 4

할머니는 은수와 은석을 샘가로 데리고 갔다. 반쯤 빛을 잃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양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은수의 손을 씻기고 빨랫줄에 걸린 섬유질만 남아 뻣뻣하게 마른 수건을 걷어와 물기를 닦아주었다.


할머니는 은석을 할머니 곁으로 끌어다 앉히며 혀를 찼다.

"아이고 아가야, 까마귀가 친구 하자고 하겄다" 할머니가 은석의 목에 수건을 둘러주더니 한 손으로 은석의 머리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물기를 묻혀  은석의 손과 얼굴을 닦아주었다. 봄이 한창인데도 버즘처럼 남아있는 묵은 때가 할머니의 손길이 닿을수록 굵어졌다. 은석의 머리가 조금씩 흔들리며 뽀득뽀득 닦이는 소리가 은수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흥" 할머니를 따라 은석이 코를 풀고 나서야 할머니는 은석의 목에 둘렀던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었다. "요래 뽀얗고 이쁜데 원.." 할머니가 물에 적신 손으로 은석의  짧은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주었다.


할머니는 은수와 은석이를 감나무 아래 놓여 있는 평상에 앉히고 부엌으로 갔다.  은석이는 손끝이 여전히 쓰리고 아린지 손가락 끝을 이빨로 꼭꼭 물었다. 은수는 은석이 하는 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은수의 눈에도 은석이 아까보다 한결 예쁘고 뽀얘진 것 같았다. 은수는 시선을 거두고 평상밑으로 늘어뜨린 두 발을 경쾌하게 흔들었다.  


할머니가 커다란 대접에 멀겋게 물에 탄 미숫가루와 밥에 올려 찐 감자를 가지고 나왔다. 육각으로 각이 진 갈색 사기컵에 미숫가루 탄 물을 똑같이 덜어 은수와 은석에게 각각 하나씩 건네주었다. 할머니가 탱자나무집에 다녀올 동안 함께 먹고 있으라며 감자가 든 접시를 은수와 은석이 사이에 놓아주었다. 할머니는 대접에 남은 미숫가루와 감자 두어 알을 챙겨 마당을 나갔다.


은수는 미숫가루 탄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당원을 넣은 미숫가루는 고소하고 달달하니 맛이 좋았다. 은수는 문득 은석이 미숫가루 탄 물을 마시지도 감자를 먹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석은 두 손에 컵을 쥔 채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은수는 미룻가루물을  마셔보라고 해야 할지 감자를 먹어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은수는 부엌으로 뛰어갔다. 할머니나 엄마가 그러하듯 젓가락 한 짝을 가지고 와 감자 한 알에 젓가락을 찔러 은석이에게 건넸다. 은석이 가만히 은수를 올려다보았다. 은석이 두 손에 쥔 컵을 옆에 내려두고 잠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은수가 내민 젓가락에 꿴 감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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