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면 종종 이런 댓글을 볼 때가 있다.
“일기는 일기장에..”
이런 댓글을 볼 때면 내 글에 달린 댓글이 아님에도 움찔한다. 악플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댓글이긴 하다. 그럼에도 찔리는 건 내 글 역시 허접한 일기글이라 서다.
글쓰기 강사들은 말한다.
내 주변의 일을 진솔하게 쓰라고.
대화문을 넣어 강조하는 효과와 가독성을 높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교훈을 넣으라고.
그래서 그렇게 써보려고 했더니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반응.
‘아니.. 보기 싫음 보지 말던가 남의 일기 보면서 감내 놔라 대추 내놔라는 뭐지?’
식탁에 마주 앉아 공부하는 딸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다.
“요즘 엄마가 글을 못 쓰겠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해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쓰지 마.”
“아냐. 써야 돼. 엄마도 작가 하고 싶어.”
“그럼 써.”
“근데 이런 글을 누가 좋아할까?”
“써보면 알겠지.”
“엄마한테는 아닌데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할 일 없는 사람들 참 많아.”
“글이 재미없다는 소리 같은데.. 근데 남의 일기 보는 거 재미있지 않나? 안네의 일기만 봐도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잖아.”
“그렇긴 하지. 근데 안네가 자기 일기를 누가 읽을 줄 알고 썼을까?”
“아..”
그렇구나. 몰래 읽는 남의 일기는 재미있다. 남이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쓴 글이라 가식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 쓰기가 재미없었던 건 일기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에게 한 번, 선생님이 보실 거라 엄마에게 한 번.
혼날 만한 이야기나 남이 알면 안 되는 집안 부끄러운 이야기를 다 제하고 나면 일기장에 남는 건 날씨 이야기와 반찬 이야기 정도? 당연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재미가 없을 수뿐이 없다. 지금의 내 글이 그렇다.
그저 내 감정을 적는 소박한 일기글인데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차 떼고 포떼고.. 일기도 아닌 것이 에세이도 아닌 것이.. 보라고 쓰는 건지 보지 말라고 쓰는 건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데 난 그 누구나에도 또 못 들어가는 것 같아 우울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