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있는 사람입니다

by 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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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둘째 돌잔치 때 이야기예요.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친구가

잠시 귀국을 해 집에 놀러왔었답니다.



그 친구는 시댁이 미국인데

결혼하고 1년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서로 결혼 생활에 대한 ..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어요.



저는 아이 둘을 키우느라 정신없기도 했고

처음(?)하는 결혼생활이 이런건지

어디다 물어볼 때도 하소연할 때도 없었던 때였답니다.



내가 선택해서 한 결혼인데

힘들다는 이야기를 누구한테도 할 수 없어

혼자 꾹꾹 눌러 참았었었죠.

특히 시댁 이야기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친구를 보니 그동안 내가 이상한 건지

시어머니가 이상한 건지 헷갈리던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데

말머리에 혹은 말끝에 꼭 이 말이 붙더라구요.

“그래도 뒤끝은 없으신 분이야.”

그 말을 듣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우리 시어머니도 뒤끝은 없어.

근데 뒤끝이 없다는 건 맘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다 내뱉는다는 거더라. 그래서 본인은 참 개운한데

듣는 사람에게는 엄청 상처가 돼.”



아...

전 그때까지 ‘뒤끝이 없다.’ ‘뒤끝없는 사람이다.’

라는 말을 좋은 말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뒤끝없는 사람 = 멋지고 쿨한 사람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였거든요.



친구도 역시나 뒤끝없는 시어머니땜에

머나먼 타국땅에서 맘고생을 많이 했나 보더라구요.



친구와의 그 날 이후

‘뒤끝없다.’ 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어요.

(저처럼 ‘뒤끝이 없다.’ 를 ‘쿨하다.’ 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



그리고 내린 결론

자칭 ‘뒤끝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속지 말자.

제 주변에 자칭 '뒤끝없다'는 사람 중 90%는

자기가 내뱉은 말과 행동에 대해서만

뒤끝이 없더군요.

자기가 들은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90% 뒤끝이 있답니다.



타칭 뒤끝없는 사람이 아닌

자칭 '뒤끝없는 사람'은

어쩌면..

쿨(?)한 사람이 아닌

그저 이기적이고 나약한 사람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상대방이 상처를 입던 말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말은 모두 쏟아내지만

자신의 잘못은 받아들이지 못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 ‘뒤끝 있는 사람’ 입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기도

제가 상처받는 말을 듣는 것도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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