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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 Oct 28. 2022

구인광고를 보다 알게 된 것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내가 봤던 구인광고지는 대부분 벼룩시장이나 교차로 같은 길가에 놓인 광고지였다. 지금도 여전히 종이 벼룩시장은 그 자리를 지키며 내 주변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화된 벼룩시장이 언제까지 종이 벼룩시장을 제공해줄지는 미지수다.



디지털화된 벼룩시장은 전국을 아우르며 단기 일자리 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종이 벼룩시장은 여전히 두세 군데 지역을 묶어 발행하고 있다 보니 각자의 사정으로 사는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물론 구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때 경고문이 붙기도 했지만..



처음 벼룩시장의 아르바이트 구인란을 봤을 때는 그 허술함에 의심이 가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혹시 여기 갔다 새우잡이 어선에 팔려가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가는 곳의 위치를 친구나 가족에서 공유해 놓은 적도 있다. 뭐 새우잡이 배도 사람을 가려 받는다고 하긴 하더만.. ^^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 쉽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경험으로 터득하는 것들도 생긴다.








20대, 실수해도 조금 부족해도 용서받는 나이에는 남녀만 구분하면 된다. 반면 나이가 든 중년은 말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이 조건에 대해 살펴보자. 벼룩시장 구인란의 나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40대 이하 혹은 나이 제한 없음. 40대 이하라고 표시한 곳은 대표의 나이가 30대 후반임을 의미한다. 본인의 나이 기준으로 삼는 경우인데 연애 상대의 나이를 생각하면 쉽다.

“연애 상대로 몇 살까지 괜찮아요?”

“전 위아래 10살까지 가능해요.”

“위면 40살인데?”

“아.. 그건 좀.. ”

이런 느낌? ^^


반면 나이 제한 없음은 나이 어린 20-30대 구직자들이 찾지 않는(노동에 비해 급여가 적은) 일자리라는 의미다. 결코 대표가 오픈마인드를 가진 시대의 선구자라는 뜻은 아니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원하는 나이는 있고 그 나이는 대부분 어릴수록 환영받는다.


모집기간에 쓰인 ‘상시 모집’도 눈여겨봐야 할 문구다. 구인란의 ‘상시 모집’은 누구나 알다시피 ‘왜?’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무슨 일이든 그렇듯 내가 좋아 보이는 건 다른 이에게도 좋아 보인다. 상시 모집을 풀어쓰면 사람들이 도망갈 정도로 일은 힘들고 돈은 조금 줍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있음에도 늘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면 분명 무언가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한번 고민해 보거나 믿고 거르거나. 우리는 돈이 없는 거지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니니까.


상시 모집이란 글자에 “어머? 여기 장사 잘되는 집인가 봐?”라고 기뻐하는 순진한(?) 구직자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상시 모집’에 끌리는 건 그만큼 절박하기때문일 것이다. 나이 제한, 경력 유무, 근무시간 등 바꿀 수 없는 자격조건을 빼고 나면 남는 일자리는 거의 없을 수도 있는 게 중년의 경력단절 여성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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