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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Feb 28. 2016

좌충우돌입사기
- 대학입학과 동시에 길을 잃다

2012년 잡앤스토리 연재내용 이전 작업

수능이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02년도에 수능을 본 저에게는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면서 제 인생을 다른 길로 인도한 계기가 되었던 시험이기에 매년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올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IMF를 지나며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여유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없었기에 독학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2001학년도 수능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400점 만점(2002학년도는 400점이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 법대를 떨어지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수능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려운 현실을 지나면서 정의를 집행하는 검사였던 꿈은 조금 더 목적의식이 명확한 ‘교육부 장관’으로 바뀌었고 그 길을 빠르게 가기 위해서는 SKY에 진학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던 어린 마음은 일단 ‘대학 입시’를 통과하자는 마음으로 ‘전공’을 개인적인 적성과는 무관하게 내가 처한 환경 속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전략에 의해 선택하게 됩니다. 


◆ 교육부 장관을 꿈꾸다 


그렇게 선택한 전공은 바로 '체육교육과'. 


교육학을 전공할 수 있으면서 실기점수가 뒷받침되면 10~20점 정도 점수가 낮아도 목표하던 SKY에 진학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입시전략을 수정하고 고3 생활을 보냈습니다. 전략은 성공해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최종 합격과 서울대학교 1차 합격 발표를 같은 날 듣게 되었고, 입시 실기에 지쳐있던 저는 서울대를 접고 고려대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흘러가는 시기를 제일 경계해야 한다고 했던가요. 청운의 꿈을 품고 입학한 대학 생활은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전공 특성상 시트콤에서 보던 장및빛 대학생활은 온데간데 없이 35여명에 달하는 재수생/장수생 남자 동기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물론 요즘은 여학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실기 수업이 기본 이수 과목으로 다수 편재되어 있어 변동성이 매우 심한 환경이었습니다.  


이수해야 하는 기본 전공 역시 제가 흥미 있어 하는 분야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들으면서 대학생활 자체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신입생들의 로망인 미팅을 나가서 상대편 여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듣는 “체대생이세요?” 또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대화를 하다가 전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너 왜 체대 갔니?’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던 것도 스스로의 전공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유야무야 흘러가던 1학년 1학기는 0.97 학점을 받으며 장렬히 학사경고를 받으며 전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2학기 휴학. 그렇게 교육부장관을 꿈꾸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던 20살의 청년은 길을 읽고 헤매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것엔 '양면성'이 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저는 잘하고 싶은 것이 2가지 있습니다. 바로 테니스와 골프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제가 20살 때 도망치듯 떠났던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 과정에서 필수로 이수를 요구했던 과목들입니다.  


또한 스스로 자부심을 잃어가며 기피했던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 전공은 ‘Generalist’ 를 양성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체육교육개론, 체육사, 스포츠사회학, 스포츠심리학, 스포츠 철학, 운동 역학,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의학, 코칭론 등 + 다수의 실기과목 + 교육학 학사과정]의 커리큘럼은 스포츠와 체육이라는 용어만 지우면 대학의 전체 전공과 더불어 평생을 할 수 있는 취미생활까지 다 익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1살 때 새로운 꿈을 찾으면서 생긴 ‘Generalist 기업가’로서의 꿈에 가장 최적화된 전공이 체육교육이라는 사실을 왜 그 때는 깨닫지 못했었는지… 20살 때 짧은 생각으로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스스로를 부끄러워 했던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 20대의 가장 후회하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 놓여져 있더라도 반드시 그 곳에서 배울 수 있고 나의 삶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무언가’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 그 때의 잘못된 선택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인생의 신념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포기하지 마세요 


혹시 여러분은 지금 주어진 자신의 환경과 조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아직도 “나만 최악의 상황 속에서 있고, 나만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어” 라고 생각하며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도망치는 순간, 안된다고 포기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Nothing is ever over. 인생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길게 보자면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내가 남긴 모든 것들이 이 세상에 영향을 준다고 확장해서 본다면 끝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100세의 수명이 축복으로 주어진 21세기에 살면서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또 원하지 않는 대로만 계속 되지 않을 것이란 명제를 마음 속에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솔로몬왕이 남긴 인생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한마디처럼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  


좋은 순간은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그 순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안 좋은 날들이 찾아온다면? 결코 도망치지 말고 그 순간마저도 즐길 줄 아는 용기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환경에 있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로 인해 내 인생이 조금 돌아가고 힘들어질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여러분의 모습은 결코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저 역시 스스로를 괴롭혀 왔던 질문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02학번 수능이 그렇게 난이도가 높게 출제될 줄 알았더라면… 부모님께서 유독 약했던 수학 과목에 대해서 개인 과외를 잠시라도 지원해주실 수 있었더라면… 지금 알고 있었던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럼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여러분도 혹시 떨쳐내지 못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질문이 있으신가요? 


그럼 오늘 이 시간을 빌어 한 장의 종이에 그 질문을 써보세요. 그리고 과감히 찢어버리고 스스로를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별책 부록 – 취업 준비생들에게 들었던 많은 질문 중 한가지씩 답해주기. 


Q1. 학벌이 나쁘면 취업하는데 어렵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한 회사의 CEO입니다. 스펙이나 인성을 계량화 시켰을 때 두 명의 지원자는 완벽히 똑같습니다. A지원자는 서울 명문 대학교 출신이고, B지원자는 지방대학교 출신입니다. 그럼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묻겠습니다. 두 사람의 스펙이나 인성을 계량화하니 B지원자가 우수한 것이 명확합니다. 학벌은 동일하구요. 그럼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약 기업이 학벌만을 최우선시해서 사람을 뽑는다면 그 회사에는 스펙이나 인성에 관계없이 A지원자만 넘쳐나겠지요. 하지만, 입사자 총원을 놓고 보면 지방대도 충분히 많이 있고 심지어 저 같은 체육교육과 학생도 입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학벌 자체도 분명한 평가요소는 맞습니다. 그 역시 지원자의 인생의 행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자신이 가진 능력과 모든 것을 뒤집을만큼 절대적인 평가요소는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만약에 학벌로 줄을 세워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라면 여러분의 꿈을 맡기기에는 참 치졸한 기업이라고 생각이 안드시나요?  


제가 입사하면서 느낀 질문에 대한 결론입니다. “중요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렇기에 지금 학벌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스스로를 그보다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해줄 무언가를 지금 당장 시작하라." 



[브런치북 편집상의 이슈로 봉사활동 경험과 관련된 글을 이전 글 다음에 붙여서 수정 발행합니다]


좌충우돌입사기
-봉사활동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진실


봉사활동. 이제는 스펙 바구니의 하나의 열매처럼 되어버린 그 이름. 


사실 제가 대학생으로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던 시절은 봉사활동 네트워크가 지금처럼 잘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기업의 CSR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일회성 기부금을내는데 그치고 있었고 IMF의 충격에서 벗어나 월드컵의 4강신화를 넘어 조금씩 경제사정이 좋아지고 있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대외활동을 통해서소개받았던 SKT의 대학생 사회봉사단 SUNNY를 과감하게지원하게 되었고, 제일 처음 참여하게 되었던 행복병원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SUNNY를 통해 다양한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병원에 있는 아픈 어린 아이들이 대상이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진행되는 만큼 좀 더 긴장감 있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사전 준비도 철저하게 이뤄졌습니다. 행복병원 봉사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SKT 을지로사옥에 모여 봉사활동에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때 강사님이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하시나요? 그리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스스로의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그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그 자리에 모여있던 모두가 쉽게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자신의손으로 타인을 돕고 싶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주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여러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은 설문조사 결과 ‘나 스스로가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 즉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 이라고 답했습니다. 봉사활동은 대부분 이타심으로 가장한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됩니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이타심이라면 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이기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상대적으로 시간과 자원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타인을 도우려 나오셨겠지만, 만약에 여러분이 도우려고 하는 대상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자신의 것을 희생해서 타인을 도우시겠습니까?”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마음가짐을 탓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하고 건강한 대답이겠지요. 대학생으로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시거나 앞으로 계속 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 원동력을 나 자신에게서부터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먼저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그런 모습이 여러분의 손길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공감과 진정한 도움의 손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저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 아닌 결과적으로는 나를 돕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참여를 통해 어린 아이들에게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고(병원에서는 4살짜리 어린 아이에게도 웃음이 없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하며 ‘다르지 않음’을 배웠고, 봉사활동에도 창의성이 더해지면 생산적이고 즐거움이 더해질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 해군 장교 입대시절부터 굿네이버스를통해 인도의 한 아동을 지금까지 후원하고 있으며 기회가 생길 때 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남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충만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여러분은 봉사활동을 어떤 마음으로 접하고 계신가요?


 스펙을 위해서 하고 있다고 해도 저는 그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개념화한 자본주의도 결국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동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말했듯이 누군가가 행하는 스펙을 위한봉사활동이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수요에 대한 공급이 될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더욱 진심으로 다가가고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타심으로 가장한 이기심이 스스로를 더욱 충만하게 해주고 장기적으로 여러분을 진정으로 빛나게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제가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다음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꼭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진실만으로 가득한 곳은 아닙니다. 제가경험을 통해 배웠듯이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봉사활동조차도 전세계의 54%는 실제로는 우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기심을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기심은 실제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로 발현되지 않는 이상 선과 악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이기심을 긍정적인 결과로 발현시킬수 있는 창의적인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것이겠지요. 


 여러분이 꿈을 가지고 준비하는 취업의 결과인 기업활동이 꼭 아름다운 진실만으로 가득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스스로와 자신의 기업, 사회 공동체, 나아가 인류 사회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창의성과 열정,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더 큰 꿈과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은 제가 잠시 경험하면서 깨달았던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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