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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Feb 14. 2021

auf wiedersehen

있잖아. 한 가지 약속해 줄 수 있어? 

-뭔데?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날 기억해줘. 

-어떤 식으로?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되면 나에 대해 적어줘. 

-소설은 사실이 아닌걸. 있었던 일로 소설을 쓰는 건 무리야. 

주인공으로 삼아 달라는 말이 아니야. 

-그럼?

나를 떠올릴 수 있는 한 마디 정도를 넣어 달라는 거지. 우리를 기억할 수 있는. 

-뭐가 좋을까?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에 'Auf wiedersehen(안녕)'이라고 적어줘. 

-갑자기?

응. 그럴 수도 있잖아. 소설은 사실이 아니니까. 

-근데 왜 하필 독일어로 말해야 해?

우리가 같이 읽은 첫 책이 <상실의 시대>니까.

-하지만 그건 그냥 승무원과 나눈 짧은 대화일 뿐인걸.

그러니까 우리밖에 기억을 못 하지. 주인공들이 나눈 명대사 따위 사람들이 모두 알아채잖아. 

-그거면 되겠어? 

응, 그거면 돼. 몇십 년이 지나도 한 때는 내가 네 기억 속에 머물러 있었다는 걸 영원히 남겨줘. 

-독일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어도? 

응. 내용과 전혀 상관없을수록 좋아. 

-좋아. 약속할게. 

약속했어. 

-그래. 

그럼 이제 여기서 그만 헤어지자. 

-그래. 고마웠어. 

나도. Auf wiedersehen.  

-Auf wiederseh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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