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한 가지 약속해 줄 수 있어?
-뭔데?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날 기억해줘.
-어떤 식으로?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되면 나에 대해 적어줘.
-소설은 사실이 아닌걸. 있었던 일로 소설을 쓰는 건 무리야.
주인공으로 삼아 달라는 말이 아니야.
-그럼?
나를 떠올릴 수 있는 한 마디 정도를 넣어 달라는 거지. 우리를 기억할 수 있는.
-뭐가 좋을까?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에 'Auf wiedersehen(안녕)'이라고 적어줘.
-갑자기?
응. 그럴 수도 있잖아. 소설은 사실이 아니니까.
-근데 왜 하필 독일어로 말해야 해?
우리가 같이 읽은 첫 책이 <상실의 시대>니까.
-하지만 그건 그냥 승무원과 나눈 짧은 대화일 뿐인걸.
그러니까 우리밖에 기억을 못 하지. 주인공들이 나눈 명대사 따위 사람들이 모두 알아채잖아.
-그거면 되겠어?
응, 그거면 돼. 몇십 년이 지나도 한 때는 내가 네 기억 속에 머물러 있었다는 걸 영원히 남겨줘.
-독일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어도?
응. 내용과 전혀 상관없을수록 좋아.
-좋아. 약속할게.
약속했어.
-그래.
그럼 이제 여기서 그만 헤어지자.
-그래. 고마웠어.
나도. Auf wiedersehen.
-Auf wiederseh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