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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Feb 15. 2023

그대의 차가운 손

손등 하나는 예뻤다.

뽀얗게 살이 오르고 새하얀 피부에 이리저리 지나는 혈관도 건강한 푸른빛 자체였다.

말간 팔등에 팔찌든 반지든 주렁주렁 걸고 다녔다.



 

끓임 없이 어린애를 먹이고 씻기다 보면 핸드크림은 스밀 새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

손 마를 새 없다 보니  젖먹이를 두면서부터 설거지는 물론 화장실 청소나 걸레 빨 때도 고무장갑을 끼지 않았다.

허둥지둥 빼다가 거꾸로 뒤집힌 고무장갑을 탈탈 털어 말리기도 되돌려 끼우기도 너무 더뎠다.


원룸에서 혼자 살 땐 세탁기도 없었고 그렇다고 파라핀 마사지나 경락, 보습크림의 관리를 한 적도 없다.

그땐 손모델이 많은 꿈 중에 하나였다.



 

ㅇ언니가 출국하기 전날,

짬이 안 나니 강남 모 성형외과에서 보잔다.

얼떨결 따라 들어간 어렵게 잡은 유명 의사와의 상담 끝에 ㅇ언닌 주름 없애기 가장 힘들다는 목과 손등에 뽀동 하게 살 오르는 주사 시술을 받았다.

이마에만 통통 보톡스를 놓는 줄 알았다.

돈이 있으면 이쁨 주의 문화에 영역이 따로 없었다.


아이의 포동한 손등과 투명에 가까운 샤시 피부 흉내라도 내고 싶은 보정사진과 같은 마음.




엄마가 되고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유수분이 빠져나가고

보기 싫게 뼈마디가 툭 튀어나오고 피부는 얇아져

그 좋아하던 팔찌와 시계, 약지까지 끼던 반지 대신

여차하면 뒤로 질끈 묶을 머리끈이 팔목에 채워졌다.


출처 :픽사베이


손등에 연연하는 것도 이쁜 나이다.

이젠 손아귀 힘도 쉬 풀리고 무엇보다 작은 상처 하나도 오래간다.

프라이팬 기름은 왜 그리 고 칼질이나 가위질. 엊그제는 종량제 봉투 꾹 눌러 담다가도 손주변이나 팔뚝에 상처가 .

잊어버리기엔 통증이 쓸리고 덧나고 참 오래도 간다.

손등의 피부결에 연연하기엔

이젠 손 자체의 근육과 관절, 뼈마디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피부마사지가 아닌 물리치료 문턱이 가까워진 것이다.




서류봉투를 내밀 때, 숟가락을 받아 잡을 때.

빛나던 내 손등은 마른 손이 애처로운 아낙의 그것이 되어간.


네일아트를 하고

공들여 손톱 손질을 하고

손등에 듬뿍 핸드크림 바르고 스밀 짬이 생기

금팔찌나 메이커 시계를 구입해도.

토라지고 삐친 기분.


손등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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