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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n 23.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웃음이 끌어 오는 것

웃음이 끌어 오는 것 


오월의 산과 들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기다란 담장을 타고 넘어와 새빨개진 얼굴로 미소 짓는 장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줍은 웃음을 흘기는 구절초, 가파른 산턱에 우뚝 서서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여심을 유혹하는 아카시아, 연보랏빛 순한 향을 실어 보내는 라일락…….     

꽃들은 참 부요하다. 무엇이든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화려한 꽃잎을 주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진한 향기를 담아 준다. 난 오월에 피는 꽃을 무척 좋아한다. 길을 걸을 때 스치는 아카시아 향이 좋고 아내의 생일이 다가왔음을 알려 주는 라일락 향기가 좋다.     

꽃은 어떻게 피는 것일까? 소리 없이 핀다. 꽃은 고요함 속에서 핀다. 밤에도 낮에도 조용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두름이 없이 핀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멈춤이 없이 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서둘러서 뭔가를 이루려고 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되고 향기보다는 냄새를 풍기게 된다. 사람들은 향기는 좋아하지만 악취는 싫어한다.     


며칠 전, 아파트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유모차를 밀고 들어왔다. 나를 보곤 이 아파트에 사느냐 묻더니 오만 인상을 쓰고 불평불만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향기로운 사람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의 향기는 웃음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잘 웃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웃음은 향기가 되어 옆에 있는 이들에게 세 가지 메시지를 전해 준다.      

“당신이 좋아요.”

“함께 있어서 즐거워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통하는 후안 에바 페론이라는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은 1930년대 말부터 40년대 초까지 아르헨티나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성우로 일했다. 그러던 1944년,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군사 정부의 실력자였던 후안 페론 대령과 열애에 빠졌고 이 소식이 아르헨티나의 여러 대중 잡지에 대서특필되었다. 미모의 배우 겸 성우였던 에바 두아르테가 권력의 정상을 향해 가던 페론을 유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된다.     

1946년 2월, 후안 페론은 56퍼센트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제 에바 두르테는 영부인 에바 페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영부인이 되자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사치스러운 옷을 입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로 다가갔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주었고 대중들은 그녀를 “에비타”라 부르며 열광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내 꿈을 접었습니다. 나는 내 영혼을 내 민족의 제단 앞에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 나는 온몸을 바쳐 여러분 모두를 미래의 행복으로 이끄는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나를 밟고 지나가세요. 새로운 조국의 웅장한 미래를 향해서요.”     

그녀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고 그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웃음을 선물했다. 빈민 병원의 벽과 침대 시트, 심지어는 수건에까지 그녀의 이름이 새겨졌다. 시내 곳곳의 건물에는 환하게 웃는 그녀의 초대형 초상화가 내걸렸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이 모두가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1952년 33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에바 페론이 죽은 후에 후안 페론은 크게 흔들렸고, 마침내 쿠데타가 일어나 대통령직에서 축출되어 1955년 9월에 파라과이로 망명을 했다. 그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로 망명지를 옮겨 그곳에서 세 번째 결혼을 했다.     

그런데 후안 페론의 망명 기간에 아르헨티나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 에바 페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일어나 아르헨티나의 선거판을 움직였던 것이다. 에바 페론 덕분에 후안 페론은 1973년 6월, 국민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조국으로 돌아왔고 이듬해 10월, 선거에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에바 페론은 죽어서까지 그의 환한 웃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았던 것이다.     

웃음은 닫힌 문을 열어 주고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준다. 웃음은 얼굴을 빛나게 만들어 준다. 웃음은 우리를 향기로운 사람, 매력 있는 사람이 되게 한다. 웃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향기이다. 사람들은 꽃향기도 좋아하지만 웃음이 주는 향기를 더 좋아한다. 웃음이 주는 향기를 더 사랑한다.


웃음은 향기가 되어 옆에 있는 이들에게 세 가지 메시지를 전해 준다.     
    당신이 좋아요. 함께 있어서 즐거워요.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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