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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Aug 12. 2017

느낌이 있는 하루

사랑하면 들린다

  사랑하면 들린다     


말복이 지났는데도 덥고 습한 날씨는 계속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을 기대해 보지만 열대야는 새벽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땅도 하늘도 밤새 열대야에 지쳤는지 아침이 되었는데도 쉽게 깨어나지 않는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하늘이 열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에 노적봉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여러 종류의 매미가 한꺼번에 울어대며 목소리를 뽐내고 있다. 사람의 귀는 소리에 민감하다. 한 가지 소리만 계속해서 들으면 쉽게 피곤해지고 지친다.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 속에서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소리, 새들의 노랫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풀을 자르는 기계음 소리 등등......

각각의 생김새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매미 울음소리만 들어도 매미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소리만 들어도 우리 마음에는 그 사물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런데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도 있다. 초음파가 그것이다. 소리는 귀(청각)로 느낄 수 있는 공기의 진동을 말한다. 기타 줄이나 고무줄을 퉁기면 그것이 떨면서 소리를 낸다. 이와 같이 어떤 물건이 빠르게 떨면 그 주위의 공기도 따라 떨면서 소리가 난다. 물건이 떨리는 것을 진동이라 하고, 1초에 20번 이상 진동해야만 비로소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박쥐가 내는 소리처럼 진동수가 1초에 2만 번 이상이 되면 우리 귀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북을 치면 공기 주변이 눌리거나 끌려서 진동하게 되고, 이 진동이 점점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가는데 이것을 음파라고 한다.  


초음파란 1초에 2만 번 이상 진동하여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말한다. 초음파를 이용하여 물고기 떼가 있는 곳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초음파를 통해 산모의 배속에 있는 태아의 움직임들을 살펴볼 수 있고 절개해야 볼 수 있는 우리 몸의 내부를 초음파를 통해 외부에서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소리들이 있다. 사람들에게도 각각 다른 특유의 소리들이 있다. 목소리에서부터 웃음소리, 기침 소리, 발자국 소리......     


몇 주 전에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 갔다. 버스 편이 불편한 것도 있고 주말 저녁 늦은 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데리러 간 것이다. 시간이 되었는데도 내려오지 않아 학원비 정산도 할 겸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강의하는 소리가 들려서 조용히 카운터에서 정산을 하고 내려와서 아이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내려와 함께 집으로 가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학원비 정산했다”

“알고 있어요, 교실에서 아빠 소리 다 들었어요”  

“아니 어떻게 아빠 소리를 들었어? 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열쇠 소리만 들어도 다 알아요, 기침도 하셨잖아요”     


아들은 열쇠 소리 기침소리만 들어도 아빠인 것을 안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들의 귀에는 아빠만의 소리가 있다. 아빠가 있는 곳에는 그 소리가 항상 들리는 것이다.  



소리를 잘 듣는 비결이 있다.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면 들린다. 꽃을 사랑하면 꽃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무의 소리를 듣고 나무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잘 듣는 비결은 사랑하는 마음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어떻게 들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은가? 사랑하면 들린다.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말씀을 읽고 묵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면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진다. 하나님의 음성은 초음파를 넘어서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들려지지 않는다. 깊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들에게 들려진다.      


우리 주변에는 전파를 타고 흐르는 많은 소리들이 있다. 전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하면서 생기는 파동이다. 이것을 안테나를 통해 흐르게 하면 멀리까지 영상과 소리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송신기를 통해 원래의 영상과 소리로 변환시킬 수 있다.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 같은 이동통신기기들이 이런 원리로 사용된다.      


하나님의 음성도 우리에게 계속해서 보내지고 있다. 그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송신장치가 필요하다. 그 송신 장치가 바로 사랑인 것이다.      


산책길 내내 매미 소리가 귀에 윙윙거린다.


소리를 잘 듣는 비결이 있다.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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