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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외출중

외출이 묻어 있는 상태 그대로 잠들었구나

by 박다짐

집에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가방을 정리하는 순으로 외출의 흔적을 지운다. 만취상태가 아닌 이상 이 일련의 행동을 거르는 일은 없다. 그런데 오늘, 잠에서 깨어 주방으로 나오자마자 테이블 위에 미처 정리되지 않은 가방을 발견했다. 바로 깨달았다. 아 나는 외출이 묻어 있는 상태 그대로 잠들었구나. 말하자면 반만취의 상태였구나. ㅇㅈ씨가 준 선물 꾸러미를 끌러보고, 영감한테 ㅇㅈ씨와의 하루를 자랑하는 게 급해서 가방을 내팽개 쳐놨는지도 몰랐다.


가방 속 물건을 제자리에 두면서도 ㅇㅈ씨 생각을 했다. 귀소본능이 강한 내가 무사히 집에 돌아왔음에도 ㅇㅈ씨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여운은 얼마나 센 걸까. 그러니까 ㅇㅈ씨와의 만남을 한 마디로 소회하자면 '외출중' 말고 다른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 거기에 있다.


202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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