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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pr 09. 2023

[언어이야기, 수행] 그림자가 없는 빛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용 분야와 용례에 따라 여러 가지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대체로 아래 3가지의 뜻으로 주로 쓰인다.     



첫 번째 뜻은 해가 진 후에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때를 일컫는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황홀해하는 때이다. 해가 질 때의 노을도 아름답지만 해가 지평선이나 수평선 또는 산 너머로 지고 나서, 지는 해의 빛이 하늘에 반사되면서 밝음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때에 시시각각으로 색이 변하는 시간이다. 어느 사진작가는 이때를 ‘매직아워’라고 했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아서 사물을 분간할 수는 있지만 그림자가 없어지는 때라서 사진작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빛의 양이 계속 변하면서 빛도 색도 변해가는 정말로 매직의 시간이 회광반조다. 물론 회광반조가 아니라 매직아워라고 표현할 때는 해가 지고 난 다음의 시간뿐만 아니라 해뜨기 직전의 시간도 포함된다고 한다.     



두 번째 뜻은 사람이 죽어갈 때, 병고로 사경을 헤매거나 치매 등으로 정신이 없거나 하다가 잠시 제정신이 돌아와 가족과 눈인사하거나 손을 잡거나 간단하게 말을 하거나 하면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는 영원한 이별의 길로 나아갈 때, 그 잠시간의 ‘정신이 돌아온 때’를 일컫는 말이 회광반조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신의 빛을 돌려 잠깐의 의식을 되찾고 금생의 인연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그 시간이나 현상을 말한다. 유사한 비유로는 촛불이 타다가 꺼지기 직전에 잠깐 밝아지다가 사그라들어 꺼지는 현상을 비유하여 일컫기도 한다.      


세 번째 뜻은 불교의 마음 수행에서 사용된다. 우리의 정신은 온통 외부의 대상에게로 그 시선이 쏠려 있다. 즉 우리 의식이 붙들고 있는 대상은 대체로 사물이거나 상대방이거나 하는, 마음 외부의 대상이다. 이렇게 밖으로 향해 있는 우리 의식의 대상을 마음 안으로 되돌려 지금 이곳에서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각과 감각과 마음의 상태를 대상으로 하여 주의를 집중할 때, 이처럼 우리의 집중 대상을 마음 안으로 되돌려 보는 것을 회광반조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늘 마음 밖으로만 향했던 그 의식을 우리 내부로 되돌려 내부의 마음자체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아서 우리의 의식과 의식의 대상이 모두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으로 알고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수행방법에서 의식의 터닝포인트를 의미한다. 특히 선(禪)불교에서는 “무량겁 이래로 미혹하여 윤회를 거듭해 온 중생이지만, 근원은 법성삼매에서 벗어난 적이 없으니, 한 생각에 근원을 비춰보기만 하면 그 자리가 본래 부처의 마음자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마조어록)”고 하며, “일념을 돌이킨다는 것은 밖으로만 향해왔던 의식을 그 의식을 일으키는 당체로 방향을 전환하여, 당체를 응시하는 의식의 빛이 당체를 가리고 있던 생각의 장막을 관통하면 단박에 당체인 자신의 성품을 보게 된다”라고 하며 조사선의 핵심으로 표현한다.     



회광반조는 이처럼 빛이나 빛으로 비유되는 우리의 의식이나 인식이 기존의 현상이나 대상에서 벗어나 근원으로 돌이키는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회광반조는 빛이되 그림자가 없는 빛이다. 오늘도 그림자가 없는 빛, 회광반조를 통해 많은 분들이 평화로움과 지혜를 같이 구족 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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