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혁, 이상혁, 페이커는 사우디에서 열린 제1회 이스포츠 월드컵(EWC)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T1은 LPL에게 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증명하듯(지난 MSI 2024는 잊기로 하자) 완벽한 벤픽과 완벽한 서사로 듣보 이벤트 대회를 갑자기 메이저 위상의 대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롤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유저라 할 수도 없는, 라이트 뷰어다. 그것도 2023 롤드컵부터 페이커 위상의 실체를 보고 싶어 파고들기 시작했다.
LCK 스프링과 MSI를 T1 게임을 중심으로 꽤나 열심히 시청했다. 라이트 뷰어답게 당연히 챔피언에 대한 특징도, 템트리도, 상성도 잘 모르지만, 많은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와 그와는 반대로 정보가 부재함에도 흥미를 자아내는 클러치 플레이가 주는 쾌감이 있어 롤을 보고 있다.
롤은 80여 개의 다양한 챔피언 중 각 팀별로 5개의 챔프를 선정하여 top-mid-bottom 라인을 둔 레드와 블루 진영을 사이에 두고 전투하며 상대방 넥서스(주요 기지)를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특히 1-2주 단위로 게임 메타가 변화하며(캐릭터의 능력치 등의 패치) 기술적 숙련도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적응력까지 함께 필요한 게임이라는 점이 특이하달 수 있다.
롤은 사회생활에 찌든 내게 꽤나 즐거운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다. 나는 T1의 경기를 보다 보니 일과시간 중 정해진 요일이나 시간에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 스케줄을 따라 때로는 1시간 반, 때로는 3시간까지도 시간을 내서 보곤 한다. 아빠의 자유시간 활용이 자기와 평등하지 않다고 느끼는 아들은 내가 뭔가를 보고 있으면 귀신같이 뒤를 잡고 이렇게 소리친다.
'아빠 롤 본다!!!'
아들에게 또 다른 게임을 노출하지 말라는 엄명을 어긴 나는 부랴부랴 영상을 끄고, 새벽 시간 시청하기로 한다.
아들은 1주일 중 주말 2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다.
요즘은 브롤스타즈를 한다.
처음에는 마인크래프트로 시작했고, 닌텐도의 수많은 타이틀을 거쳐 지금은 브롤스타즈를 한다.
친구들이 주로 하는 게임이 변화하다 보니 그에 맞춰 게임도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브롤스타즈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슈팅 대전 게임이다. 챔피언의 수가 80여 가지가 되는 롤과 마찬가지로 브롤스타즈의 캐릭터 역시 다양한 티어로 80개가 존재한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캐릭터마다 구현되는 독특한 궁극기, 성장할수록 늘어나는 캐릭터의 수와 다양한 테마의 스킨들을 갖춘 브롤스타즈는 2018년에 론칭했는데, 올초부터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다시 끌고 있다.
그 인기는 하굣길 버스를 타면 쉽게 체감할 수 있는데, 버스에 탄 남학생의 80% 이상이 핸드폰을 들고 브롤스타즈를 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아들은 평일에 게임을 할 수 없는데, 어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교시간인 2시 즈음에 브롤스타즈를 접속했더니 아들계정이 접속해 있다는 알림이 왔다.
집에 돌아와 아들을 추궁했다. '너 오늘 브롤 했니?'
아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답한다. '응. 친구가 학교 끝나고 30분만 하자고 해서... 이번 주말 게임 시간 중 30분 땡겨 쓴 걸로 할게'
머뭇거리며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가도 스스로의 시간을 분할해 사용하겠다는 아들의 계획을 수용할만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참에 아들이 게임 시간으로 신용 사회를 경험하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이렇게 덧붙였다. '안 지키면 게임 시간은 줄어듭니다.' 이자의 개념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아들이 또 이렇게 받아친다.
'근데 왜 아빠는 나보다 더 게임을 많이 하거나 보는 거야'
사실 아들은 아빠는 마음껏 영상 보고, 게임할 수 있다는 것에 불평등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빠가 자신의 핸드폰 스크린 타임을 검토하는 것처럼 아들도 내 핸드폰의 스크린타임을 확인하고 불평등함을 주장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 가지 관점으로 얘기해 왔다.
어린이는 스스로 통제할 능력을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이 하나고, 어른은 이미 그런 시기를 거쳐왔고, 스스로 시간 배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했었다.
하지만 아들이 10살이 되면서부터 아빠와 자신의 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점, 그리고 자신도 호기심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고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며 게임시간을 늘리고 싶다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학습은 자기 주도형 학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놀이는 자기 주도형으로 하기보다 부모 통제하에 하길 기대하는 부분 있다. 위험한 것은 하지 않고,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적게 하길 바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은 친교에 필수불가결한 놀이 수단 중 하나이며 어쩌면 문화이기도 하다는 점을 모른 채 할 수는 없다. 늘 내가 핸드폰 스크린타임을 모니터링하며 불신의 고리를 강화해야 하는 지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나와 아내의 걱정은 게임을 많이 하는 것보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나고 의존하게 되는 것이니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찾게 하기 위해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규칙을 개선해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어제 아들이 하교 후 게임 한 것을 혼내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정한 게임 시간 조정을 잘 준수하도록 안내하였다. 이번 주말, 아들의 행동을 잘 들여다보고 스스로 결정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느끼게 할 샘이다. 나 역시 가급적이면 아들이 있는데서 롤 경기를 보지 않기로 했다. 정 보고 싶으면 이어폰을 끼고 내 방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노출은 줄이자는 취지이다.
매체도 가급적이면 핸드폰이 아닌 노트북을 사용하려고 한다.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여보고자 함이다.
아빠는 되고 넌 안 되고의 부정적 경험을 강화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서 성공하는 경험'을 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말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