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hwp) 사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단축키
나는 사실 한글(hwp)을 좋아한다. '사실'이란 말을 붙인 이유는, '한글'을 좋아한다는 말은 왠지 조심스럽게 고백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주로 워드(word)를 사용하는 비(非)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한글을 거의 극혐한다. 그들의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글'은 개별 프로그램이니 일할 때 많이 쓰는 '엑셀', '프레젠테이션(ppt)'과 호환이 잘 되지 않아서 사람을 열받게 한다. 일반적으로 워드에서 쓰는 단축키나 편집 방식이 안 먹혀서 곤란하다. 나름 MOS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으로서(!), 워드만 쓰다가 한글을 쓰면 얼마나 답답할지 대략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 문서를 작성할 때, 단언컨대 '한글'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다. 영어 위주의 워드에서는 미처 적용하지 못한 기능들을 한글에서는 대부분 구현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한글'에 익숙한 공공기관 근무자인 나는 가끔 다른 회사 분들과 일하기 위해 워드 문서를 수정하다가 '아니 이 기능이 없다고?' 하면서 반대로 열받아하는 경우도 많다. 정말로! '한글'은 꽤 우수한 소프트웨어다. 워드만 쓰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몇 가지 기능을 알고 나면 한없이 편리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한글'을 쓰게 되었을 때 알아두면 좋은 단축키를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름하야 '공공기관 재직자의 생존형 한글(hwp) 팁 그 첫 번째, 단축키 편'이다. 말 그대로 공공기관에서 살다 보니 외우게 된 단축키들이므로 워드프로세서 시험을 볼 때 외우는 단축키들과는 차이가 있다.
※ 저장(ctrl+s), 되돌리기(ctrl+z) 같이 일반적으로 알 만한 단축키는 제외하고, 내가 다른 프로그램이 아닌
'한글'에서 주로 활용하는 단축키만 모아 보았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에서 적용될 수 있는 단축키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 ctrl 키를 누른 상태에서 n과 t를 차례대로 누르면 표 만들기 창이 뜬다. 공공기관에서 보고서를 만들면 단 한 페이지라도 반드시 표가 들어가기 때문에(^^), 표 만들기 메뉴는 활용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단축키를 알아두면 작업시간을 줄이기에 좋다. ctrl+n, t를 누른 후 줄 개수 입력, tab키 누르고 칸 개수 입력한 후 enter를 누르면 마우스 움직임 없이 표 삽입이 가능하다.
- 정말정말 많이 쓰는 기능. 서식을 복사하고 싶은 글자에 커서를 위치시키고 alt+c를 누르면 '모양 복사' 창이 뜨는데, 그대로 enter를 누르면 글자 모양(폰트, 크기 등)이 그대로 복사된다. 이후에 해당 서식을 반영하고 싶은 글자들을 드래그해 선택하고 다시 alt+c를 누르면 서식이 바로 적용된다. 양식에 맞추어 뭔가를 작성해야 할 때 양식의 서식을 그대로 따와서 활용하기 위해 많이 쓰는 단축키이다. 표의 셀 속성, 테두리, 배경도 같은 방식으로 서식 복사해서 활용할 수 있다.
- 일을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외워두면 좋은 단축키이다. alt+l은 '글자 모양' 창을 띄우는 단축키로, 나 같은 경우 선택한 글자들의 장평과 자간을 조정할 때 주로 사용한다(폰트는 리본 메뉴에서 직접 바꿀 수 있다). 한글 작업을 하다 보면 장평, 자간을 조정해 분량을 조절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단축키를 통해 조금씩 바꿔보면 업무가 훨씬 수월해진다. alt+t는 '문단 모양' 창을 띄우는 단축키로, 문단 위나 아래에 간격을 주고 싶을 때 주로 쓴다. 그밖에 정렬 방식이나 줄 간격 조절도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기본창 리본 메뉴에서 해결되므로 문단 위아래 간격 줄 때 빼고는 잘 쓰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 우리 회사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정말정말정말 많이 쓰지만, 한글 작업을 많이 안 하는 사람에겐 생소할 단축키다. 자간을 조절하고 싶은 구간을 선택하고 alt와 shift를 동시에 누른 채 n을 누르면, n을 누르는 횟수만큼 점점 자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alt+l을 눌러 자간이 줄어든 것 확인 가능). 반대로 alt+shift+w를 누르면 누르는 횟수만큼 자간이 늘어난다.
이 단축키는 보고서를 예쁘게 보이기 위한 삽질에 주로 쓰인다. 보고서 줄이 어절 단위로 끊어졌으면 좋겠지만, 왼쪽 정렬을 하면 양쪽으로 꽉 차 보이지 않아서 위에서 마음에 안 들어하실 때(^^) 양쪽 정렬로 설정한 후 어절 단위로 끊어지지 않는 부분마다 일일이 자간을 조절해 억지로 맞추는 것이다. 정말 쓸데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많이 쓰게 된다. 보고서 양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해서 한 줄이라도 줄여야 해 자간을 조절할 때도 이 단축키를 쓰면 편하다.
- ★□◎와 같이 보고서에 쓰이는 특수문자들을 삽입하는 '문자표' 창을 불러오는 단축키이다. 특수문자를 삽입할 때마다 메뉴의 입력→문자표를 클릭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단축키를 외워두면 편하다. 문자표 창에서 원하는 문자를 찾을 때는 화살표(↓)와 page up, page down 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 이 단축키도 억지로 보고서 분량을 조절할 때 정말정말정말 많이 쓴다. 보통 기관마다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여백이 정해져 있긴 할 것이다(위아래 여백 ㅇㅇ, 왼쪽 오른쪽 여백 ㅇㅇ과 같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분량을 한 페이지에 구겨 넣어 오라는 지시를 받게 되면 결국은 위아래 여백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서 맞출 수밖에 없어진다. 그럴 때 계속 마우스로 메뉴를 클릭해서 조절하기보다는 간단히 f7을 눌러서 숫자를 좀 고쳐 보고, 한 장에 안 들어가면 다시 f7을 누르고.. 하는 게 훨씬 간편하다.
- 아마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혹시나 하여 적어둔다. 한글은 워드와 달리 표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 단축키로 하면 더 편하다. 크기 조정할 셀에 커서를 둔 채로 f5를 누르면 한 개 셀이 선택되고, f5를 두 번 누른 뒤 화살표를 누르면 여러 개 셀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ctrl을 누르고 화살표를 누르면 위아래양옆 자유자재로 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한글에서 간격을 맞추다 보면 미묘하게 안 맞을 때가 있다. 한 칸 띄면 윗줄보다 너무 들여 쓰게 되고, 그렇다고 다시 backspace를 누르면 윗줄보다 튀어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원인은 모르겠다;). 이럴 때, 꼼수로 alt를 누른 상태에서 space를 누르면 반 칸만 띄어쓰기가 되어 얼추 윗줄과 들여 쓰기를 맞출 수 있다. '이런 걸 언제 써?' 싶겠지만 놀랍게도 은근 많이 쓰인다.
이 정도가 내가 즐겨 쓰는(?) 한글(hwp) 생존형 단축키들이다. 물론 알아두면 유용한 단축키가 한 트럭 더 있겠지만, 이 정도만 외워 둬도 작업시간이 정말 많이 줄어든다. 다음 글에서는 한글에서 자주 생기는 오류를 단순 무식하게 고치는 법에 대해 몇 가지 적어 보려 한다(나만 볼 글이지만 한글 사용 팁 적다 보니 은근히 재미있어져 버려서 두 개로 글을 나누었다ㅎㅎ).